국제정치․경제 및 군사적 상황도가 급물살을 타며 개편되고 있는 때다. 요즘 한미 또는 한일 관계가 왠지 머쓱해진 느낌이 든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로 진단해 볼 수 있겠다. 세계는 지금 힘의 균형 잡기가 한창 진행 중이며, 강대국에 의존하던 시대는 구시대적 발상으로 치부되고 있기 때문이다. 절대 의존은 멀어지고 있으며 상호 의존이며 협력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구촌 어디든 서로 나누고 협력하는 행보를 앞다퉈 나가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유를 들어 보자면, 미국과 일본의 진의와 실체가 정확히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그야말로 가깝고도 먼 나라이며, 멀고도 먼 나라임을 국민들은 깨달아가기 시작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이럴 때 중국과 러시아의 한반도를 둘러싼 발 빠른 실리 외교와 군사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영토 내지 힘의 팽창은 도래할 ‘신(新) 팽창주의’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의 맹주가 곧 세계의 맹주가 되는 시대를 앞두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당분간 세계는 영원한 강자도 약자도 없는 그야말로 오늘날의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이러한 때 우리의 주변상황 판단과 대처는 과연 어떠한가를 진단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강온 양면의 전술과 전략을 적절히 구사하며 유연성 있는 대처가 최선의 방책임을 명심했으면 한다. 영원한 우방(友邦)도 영원한 적(敵)도 없는 또 다른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니 최고와 최강의 나라를 창조해 가기 위해 인류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지혜가 요망되는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치열한 각축이 벌어지고 있는 이때, 너무나도 다른 나라 사람들같이 자중지란을 일으켜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지난 8월 24일 서울에선 투표 역사상 유례없는 학생들의 무상급식 관련한 투표가 진행됐고, 투표가 끝이 났음에도 그 후유증은 여전하다.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금품수수건이 터지면서 이 사건은 다시금 정치적 공방의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여기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상급식투표는 과연 무엇을 노린 것이고 무엇을 남긴 것이며 그 눈물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가. 서울시의 유무상 급식문제는 결국 정당의 정책대결로 이어졌고, 그 정책대결은 학생들의 급식을 위한 정책이 아닌 위정자들이 판을 벌인 정치판의 정치놀음에 볼모로 전락한 꼴이 되고 말았다.

오 전 시장과 여당은 학생들의 급식문제를 놓고 자신들의 지지도를 점검하는 수단으로 활용했고, 야당은 ‘부자 아이, 가난한 아이 편 가르는 나쁜 투표 거부’ 등의 잔말을 만들어 말장난이나 하는 꼴이 됐다. 민주국가에서 투표할 사안이냐 아니냐를 넘어 투표가 결정 났다면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그럼에도 국민의 기본권인 투표권을 포기하라는 시위를 한다는 것은 불법적 만행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태였음을 인정해야 한다. 국민들의 냉소적 반응을 보면서도 서로가 잘났고 서로가 이겼다고 하니 어떻게 봐줘야 하는 걸까.

이번 투표의 결과는 여도 야도 국민도 모두가 패배한 선거였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지구촌의 변화 물결에 편승하고 주도해 나가지는 못할망정, 자중지란(自中之亂)을 일으켜 나라의 진보(進步)에 발목이나 잡는 미련한 위정자들이 되지는 말았으면 한다.

이제 세계는 물질문명이 쇠하고 정신문명이 지배하는 시대가 곧 도래하게 될 것이다. 아니 이미 시작됐다. 그 정신은 또다시 물질과 함께 최강의 나라를 이뤄가게 될 것이다. 그 나라가 아시아 맹주가 될 것이며, 아시아의 맹주가 세계의 맹주 곧 지구촌을 훤히 비출 등불이 될 것임을 잊어선 안 된다.

따라서 이젠 숲을 보고 나무를 보라는 말과 같이 주변국과 나아가 세계의 흐름에 편승하고 주도할 수 있는 도량을 가진 지도자와 백성이 되기를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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