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이 29일 4세대 이동통신의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1.8㎓ 대역 입찰 포기를 선언하고, 이어 서울 종로구 세종로 KT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열 경쟁 막으려 이석채 회장 과감한 용단”
800㎒ 확보… 클라우드 컴퓨팅‧콘텐츠 산업 활성화 힘써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KT의 경매 입찰 중단 선언으로 1.8㎓ 주파수는 결국 9950억 원에 SK텔레콤이 쟁취하게 됐으며 KT는 전략을 수정해 2610억 원에 800㎒ 주파수의 주인공이 됐다.

1조 원을 넘어 1조 중반까지는 1.8㎓(기가헤르츠)를 향한 경쟁이 계속될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과 달리 KT의 입찰 포기로 9950억 원에 질주를 멈춘 것이다. 29일 오전 9일차 83라운드를 진행해야 하는 KT가 돌연 입찰참여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직원들 사기 떨어졌지만 ‘과열 양상’ 막아야 했다”

이날 이석채 KT 회장은 사내 기자실을 직접 찾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일 긴급회의를 통해 1.8㎓ 주파수 대역의 추가 입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직원들 사기는 떨어졌지만 통신업체가 해야 할 역할이 있기에 한쪽에 돈을 너무 많이 쓰면 다른 중요한 일은 할 수 없어서 중단했다”고 1.8㎓를 포기한 이유를 말했다.

또한 “이번 1.8㎓ 입찰에 사용하려던 재원은 클라우드 컴퓨팅, 애플리케이션(콘텐츠) 산업 활성화 및 중소기업 상생 등에 적극 활용해 국내 IT산업 발전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스마트시대에는 클라우딩 컴퓨팅 부문에서의 위치에 따라 통신업계에서의 위치가 결정될 것이기에 이 분야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분야를 선점, 육성하기 위해 ‘1.8㎓ 포기’를 선택했으며 조만간 클라우딩 컴퓨팅과 관련한 중요한 발표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 KT는 1.8㎓ 대역의 경제적 가치를 기존 보유한 1.8㎓ 대역과의 연계 및 장비 재활용을 통한 투자비 절감, 광대역화에 따른 주파수 효율성 등을 고려해 1조 5000억 원 이상으로 보고 있었다. 그만큼 투자할 생각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KT 한 관계자는 “1조 원을 넘기지 않은 상황에서도 입찰을 중단한 것은 국내 최초로 시행되는 이번 주파수 경매를 놓고 사회적으로 ‘과열 경쟁’ 논란과 ‘소비자 요금 전가’에 대한 우려가 컸다”며 “이 같은 우려로 인한 불안을 막고 국가적 손실 초래를 막기 위한 이석채 회장의 ‘용단’이었다”고 강조했다.

KT가 포기하지 않고 1.8㎓를 차지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기존 보유한 1.8㎓까지 동원해 광대역화를 통한 최대 150Mbps 속도를 내는 고품질의 무선인터넷 서비스 제공이 가능했다는 게 KT 측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 편익을 높이고 국가 전파자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KT가 1.8㎓를, SKT가 800㎒를 추가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전략 수정 후 800㎒ 2610억원에 확보

KT와 SKT가 그토록 1.8㎓에 목을 매던 이유는 이 주파수는 세계적으로 4G(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LTE 주파수로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1.8㎓를 확보하지 못한 KT는 전략을 수정하고 LTE 서비스를 위해 이날 800㎒(메가헤르츠) 주파수 경매에 단독 입찰, 최저입찰가격인 2610억 원에 주파수를 낙찰받았다.

이로써 기존 보유한 900㎒(20㎒ 폭)와 1.8㎓(20㎒ 폭) 그리고 800㎒까지 합쳐 총 50㎒ 폭의 LTE 주파수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800㎒, 900㎒, 1.8㎓를 모두 확보한 경우는 KT가 전 세계에서 처음이다.

이 회장은 “1.8㎓가 아닌 800㎒를 선택했기에 LTE가 약속하는 150Mbps를 당장 누릴 수 없다는 아쉬움은 있다”며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 800㎒와 900㎒ 대역을 엮어 효과적인 LTE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800㎒ 대역을 900㎒ 대역 투자와 연계해 LTE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800㎒ 사용국가(미국, 일본 등) 및 900㎒ 사용국가(유럽, 중남미 등)와 글로벌 로밍도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800㎒ 대역은 전파특성이 우수해 고효율 저비용 투자가 가능하며, 특히 기 확보 중인 900㎒ 대역과 CCC(Cloud Communication Center) 시스템으로 연계해 투자 시 약 50% 이상 네트워크 투자비 절감이 가능하다. 따라서 차세대 LTE와 LTE_어드밴스드(advanced) 시장에서 고객들에게 고품질의 통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KT 측은 설명했다.

한편 KT는 “이번 주파수 경매를 계기로 과열경쟁으로 말미암은 통신 사업자의 투자 여력 상실 및 대규모 자본에 의한 주파수 독점 등 폐해가 발생함에 따라 앞으로 경매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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