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로봇/인지시스템연구부 공학박사
지난 8월 1일 ‘사이언스데일리’지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휴머노이드 로보틱스 그룹이 사람의 일상적인 가정생활에서의 잡다한 일거리를 돕는 가사 도우미 로봇 ‘도모(Domo)’를 개발했다고 전했다. 로마 부유층의 집을 가리키는 ‘도무스(Domus)’와 정보학(Informatics)이 결합되어 가정 자동화‧지능화를 의미하는 ‘도모틱스(Domotics)’라는 용어가 탄생했던바, 이 로봇의 이름도 여기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도모는 MIT를 대표하는 두 개의 로봇, 즉 사람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도록 고안되었던 얼굴 로봇 ‘키스멧(Kismet)’과 학습을 통해 모르는 물체를 조작하도록 설계되었던 팔 달린 로봇 ‘코그(Cog)’의 차세대 버전이다. 두 팔과 얼굴을 갖고 있는 인간형 로봇 도모는 29개의 모터로 구동되며, 두 눈에는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어 방안을 스캔해 가며 내장된 12개의 컴퓨터로 정보를 분석함으로써 로봇이 변화하는 주위 환경에 적응하게끔 한다.

도모가 다른 인간형 로봇과 다른 점은 잡을 수 있는 물체의 크기를 학습하여 어떻게 조작하여 어디에 놓느냐를 결정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혼다의 ‘아시모’나 미쓰비시 중공업의 ‘와카마루’ 같이 외부에 잘 알려진 인간형 로봇들은 프로그램하는 데 머리를 많이 써야 하고 미리 짜놓은 각본대로 프로그램하여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작업을 하는 도중 로봇이 물체를 떨어뜨린다면 도모는 하던 일을 멈추고 물체를 집어 들어 작업을 다시 시작하는 데 반하여 다른 로봇들은 오류가 있어도 일을 계속한다는 것이다.

이번 도모의 개발은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고 간단한 명령에 따라 지능적으로 물체를 조작하는 등 인간의 작업을 보조하는 데 필수적인 로봇 기술의 진일보된 성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가사 작업 도우미 로봇의 실용화의 첫걸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그러나 가사 작업 도우미 로봇의 실용화를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먼저 기술적으로 로봇이 가정 내에서 안전하면서도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로봇의 자율주행 기술은 환경 지도 그리기와 지도 상의 자기 위치 찾기 및 정해진 위치로 자연스럽게 이동하기 등 세 가지 핵심 기술로 구성된다. 로봇이 주변 환경과 물체와의 상대적 거리를 정밀하게 측정하면 로봇이 환경 지도를 그려가며 자신의 지도상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지만, 수백만 원대의 레이저 스캐너를 사용하는 방법 이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

또한, 로봇이 이동할 때 주로 전동 바퀴가 사용되지만 높은 턱이나 계단을 오르내릴 수 없는 단점이 있고 다리를 사용한다면 보행의 안전성을 보장 못하는 약점이 존재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도모처럼 29축의 정밀한 모터를 사용한다면 축당 수십만 원의 비용이 들어가 모터와 구동기 재료비만 천만 원이 넘어버리게 되므로 센서와 몸체 가격 등을 합하면 로봇 가격이 적어도 수천만 원 선이 되어 자칫 상용화가 어려운 수준에 이르게 된다. 그렇다고 경제적인 이유로 모터의 축 수를 줄이면 물체 조작 성능이 떨어져 못하는 작업이 많아지게 되므로 로봇의 유용성도 아울러 떨어지는 어려운 점이 있다.

따라서, 가사 도우미 로봇의 실용화를 위해서는 기술의 난이도와 경제성에 따라 단계적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첫 단계는 바퀴로 이동하며 얼굴로 인간과 소통하며 주로 정보의 즉각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둘째 단계는 한두 개의 팔을 추가하여 물체의 지능적인 조작 작업을 도와주는 것이고, 셋째 단계는 이동의 확장성을 위해 인간처럼 두 개의 다리를 장착하는 것이다. 현재 많은 가정용 로봇은 첫 단계에서 정보 서비스의 유용성을 검증해 보고 있고 도모는 두 번째 단계를 시험 중에 있는 것이나 아직 가야 할 길은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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