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동지원단체 지부장이라는 사회적 명함과 교회 장로라는 직분을 이용해 지난 20년간 남자 아동청소년을 성추행한 60대 남성이 구속됐다. 청소년 선도로 덕망을 얻은 이 남성은 사회적 명성을 무기로 아이들의 옷을 벗기고 몸을 만지는 등 추악한 행각을 서슴없이 저질렀다. 또한 차(茶)를 좋아하는 전문가 행세를 하며, 공중파에도 다수 출연한 경험 등을 토대로 사람들의 환심을 사 이 같은 일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들어맞는 대목이다. 아동지원단체 지부장, 교회 장로, 차 애호가로 다큐멘터리까지 제작돼 방영되는 등 겉모습만 보면 나무랄 데 없는 모습이다. 이번 사건은 사회적 명성과 일명 스펙에 눈이 가려져 정작 그 이면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현대 사회의 병폐를 여실히 보여주는 하나의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그 대상이 종교인이기에 이번 사건은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아무리 사회가 악해졌다 하더라도 종교인들만은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힘없이 무너져 내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혹 그 사람의 겉모습만을 보고 판단한 것은 아닌지, 내 생각과 기준으로 판단하고 기대했기에 실망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2000년 전 예수가 이 땅에 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예수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일이 많았다. ‘어찌 나사렛에서 선한 것이 나겠느냐’는 말이 그 좋은 예다. 반면 당시 종교지도자들이었던 서기관과 바리새인의 겉모습은 화려했다. 상석에 앉아 거룩한 척했던 그들이었지만 하나님이 함께한 사람은 거룩해 보이던 서기관과 바리새인이 아닌 예수였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위에 언급했던 사건 외에도 외모 때문에 생긴 오해와 편견은 비일비재하다.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기를 얻은 임재범 또한 그런 오해와 편견의 가운데 있는 사람 중 하나다. 다소 거칠어 보이는 외모와 행동, 말투 때문에 온갖 루머에 연루되는 그를 보면서 다시 한 번 사람들의 편견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돌아보게 된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겉모습만 보며 섣불리 판단하는 사람들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은 당사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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