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의 야간 노숙행위 전면 금지 조치에 따라 서울역에서 밀려난 노숙인들이 수도권 주변 역사에 유입되는 ‘풍선효과’가 우려되고 있다. 수도권역 중 수원역의 경우 아직 노숙인이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이미 30여 명의 노숙인이 낮에는 역 주변을 떠돌다가 밤에는 역사 내로 들어와 잠을 자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의정부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막차가 들어오는 0시 30분께부터 첫차가 출발하기 전 매표소가 문을 여는 오전 4시 30분까지 역사를 폐쇄해 현재 노숙인 10~20명은 역전 광장에서 노숙을 하고 있다. 서울역에서 노숙인이 대거 유입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게 역 관계자의 설명이다.

서울역 퇴거 조치가 계속 진행되면 풍선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홈리스행동 등 노숙인 관련 단체들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노숙인은 1200명 안팎이며 이 중 300여 명이 서울역에 모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시는 서울역사 내 노숙자 300여 명이 강제 퇴거될 경우 이를 수용하기 위해 ‘임시주거지원’ 등의 방안을 마련했지만 이미 신청인원이 포화상태로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노숙인 일자리 마련을 위해 내놓은 특별자활근로 역시 급여액 중 4대 보험 부담분이 발생하면서 방값을 빼고 나면 노숙인이 한 달 동안 10~15만 원으로 살아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물론 서울시도 할 말은 있다. 특별자활근로가 단순히 돈을 버는 일이 아니라 근로 의지를 일깨우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서울역사 측과 서울시에 묻고 싶은 게 있다. 이번 퇴거 조치가 ‘일단 쫓아내고 보자’는 심리에서 발동한 것은 아닌지 하는 것이다. 면밀히 살펴보면 이번 서울역 조치 안에선 노숙인을 껴안고 가겠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근시안적인 해결 방법으론 재차 풍선효과만 낳을 뿐이다. 근로 의지를 북돋겠다면 더 확실한 지원이 필요하다.

서울시가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단 한 가지다. 노숙인을 영원히 쫓아내는 길은 그들에게 직업을 주는 것밖에 없다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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