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연 통섭예술인
워싱턴 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y of Art)의 큐레이터인 앤드루 로비슨(Andrew Robison)은 귀중한 작품의 조건을 세 가지로 들었다.

즉, 가격을 떠나서 “첫째, 아름다워서 사람들의 보는 눈을 즐겁게 만들어야 한다. 둘째, 언제, 누가 만들었는지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는 역사적인 작품이어야 한다. 셋째,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강한 변화를 줄 수 있는 정신적 충격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셋을 한마디로 말하면 창의성이다.

혁신과 창의성이 화두가 된 지 오래되었다. 창의성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혁신은 독창성, 의미, 귀중함, 새로움을 만드는 융합적인 행동이다. 경영혁신 도구의 하나인 트리즈(TRIZ) 마스터인 세르게이 이코벤코는 창의적 문제 해결의 왕도는 없다고 했다.

시간을 투자하며 지속적인 반복으로 문제 해결 방법을 몸에 배게 하는 방법이 첩경이라고 했다. 또한, 많은 이론을 하나하나 다 배우고 나서 실천하는 것은 시간상 불가능하므로 기다리지 말고 하나라도 배우면 즉시 자기 업무에 그것을 직접 적용하여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소위, 배움의 즉(卽) 실천(learn and just doing now)이다. 스스로 짧은 피드백 고리를 통하여 “나도 할 수 있구나, 이렇게 적용이 되는구나”를 체험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지속적인 추진력이 생긴다. 미국 보스턴, 뉴욕, LA의 경찰청장 출신 브래턴은 가벼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결국 큰 사고를 치므로 작은 일탈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작은 게 모여 큰 게 되는 법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환경이 받쳐주지 않아서 행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변명을 들고 한다. 제약이론(TOC)에서는 제약의 상황을 활용하라고 권유한다. 어떤 경우에 제약이 존재할 경우 그 제약에 매몰되어 다른 것을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다른 비제약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강점을 강화하라는 말과 같다. 사람들은 ‘준비되면 한다’ ‘은퇴하면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준비가 언제 끝나겠는가? 우리 인생이 그렇게 긴가? 100세 인생은 하나의 허구다. 준비하다 허송세월 하지 말고 작은 하나라도 실천하는 게 후회없는 일이 될 것이다.

앤디워홀은 “은행에 20만 달러가 있는 것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림을 벽에 걸면 모두가 안다”고 했다. 자신을 내보이는 것은 문제해결의 시작이다. 우리는 시대와 상황을 불문하고 벽에 걸 수 있는, 즉 대접을 받는 명품이 아니더라도 전시를 하는 작가가 되어야 한다. 작은 성공 체험은 큰 성공의 밑거름이다. 어떤 기법을 하루 이틀 배운다고 창의성이 생기는 게 아니다. 6시그마로 문제를 해결할 때 D(정의), M(측정), A(분석), I(개선), C(관리)로 단계를 나누어 성과를 내어가듯이 배움에도 분할의 원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일 잘하는 사람은 시간과 공간과 조건을 효과적으로 쪼개어 쓴다. 쪼갠 그 무엇마다 목표가 있고 성취하는 과제가 있는 것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창의성의 근원은 지식이다. 책은 지식이다. 작년에 전 세계에서 인쇄된 책이 100억 권이 넘는다고 한다. 다독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지식은 대부분 책에 있으므로 책을 많이 읽는 게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창의성 향상 방법이다. 멀티스페셜리스트가 요구되는 이 시대에 광범위한 분야의 독서는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조경란 소설가는 “인생은 학습의 생(生)이다. 내가 만난 사람들이 다 무언가를 가르쳐 주고 간다”고 했다. 이덕일은 ‘피서법’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정조가 “더위를 물리치는 데는 독서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고 한 말을 인용했다. 나는 8월에 비를 벗 삼아 ‘어린 왕자’를 읽고 ‘정의란 무엇인가’를 정독했다. 어린 왕자는 “집이건 별이건 사막이건 그것을 아름답게 하는 건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다”라고 했다. 아름다움은 수많은 노력의 결과다. 작가의 창의성은 책에서 나온다. 미술을 전업으로 하는 작가들은 인문학 책을 다독해야 한다. 작품의 품질을 다독거리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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