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행과정서 7시간 공권력 공백"…경찰청장 격노
서귀포서장 ↔ 제주지방청 청문감사관

(서울=연합뉴스) 경찰이 제주 해군기지 건설사업을 두고 충돌 중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사태와 관련해 관할 서장을 전격 경질했다.

경찰청은 서귀포 경찰서 송양화 서장을 제주지방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으로 보내고 현직 제주청 청문감사관인 강호준 총경을 서귀포서장으로 발령하는 인사이동을 단행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조현오 경찰청장이 이날 오전 간부회의에서 하루 전 발생한 강정마을 주민과 시민운동가들의 업무 방해 사건과 관련해 서귀포경찰서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송양화 서귀포 서장을 교체하라고 감찰 라인에 지시한 지 반나절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조 청장은 서귀포서가 강정마을회 강동균(54) 회장을 비롯한 마을 주민과 시민운동가 등 5명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공권력이 약 7시간 동안 사실상 무력화 상태에 있었던 데 대해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감찰라인 고위관계자는 "불법 행위자를 연행하는 경찰 차량이 잠깐도 아니고 7시간 이상 시위대에 억류됐다는 점을 중대하게 보고 있다"면서 "서귀포 경찰이 이 사건에 대해 공사 현장의 업무 방해 혐의를 들어 제주지방검찰청에 불구속수사 지휘를 요청했지만 검찰 측이 이보다 경찰 억류 등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더 크다고 판단해 수사지휘 보류를 내린 것은 경찰로선 매우 엄중하게 보는 부분"이라고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24일 오후 2시께 해군 측이 공사현장에서 대형크레인의 캐터필러를 연결하는 등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강 회장 등 5명이 업무를 방해하자 서귀포 경찰은 이들을 연행하려 했지만 주민 200여명이 강 회장 등이 탄 경찰차를 승용차 등으로 에워싸고 바리케이드를 치며 7시간 가량 대치했다.

조 청장은 이 과정에서 제주지방경찰청의 정보 및 경비 등 지휘·통제 라인이 적절히 작동했는지 여부 등도 조사하라고 감찰라인에 지시했다.
조 청장은 특히 서귀포서가 대치 상황에서 시위대와 협상을 하고 이 과정에서 연행자 모두를 이날 안에 석방한다는 등 조건을 내건 데 대해서도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대가 서귀포 경찰서 정문 앞으로 몰려오자 문을 걸고 경찰서 안에서 경비를 섬으로써 경찰서 차량 출입은 물론이고 민원인 출입까지 봉쇄된 것에 대해서도 경찰 수뇌부는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질된 송 서장은 제주 출신이자 제주에서 경찰 경력 대부분을 보낸 제주통으로 2006년에 서귀포서장으로 재직한 후 제주지방청과 부산지방청 수사과장을 거쳐 지난달 인사에서 서귀포서장으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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