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도와 각종 서식, 방법이나 해법 등을 설명한 매뉴얼 저작물은 특성상 일정 부분은 동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범위는 어디까지입니까?”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저작물로 성립하기 위해서는 표현에 창작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설계도, 각종 서식, 규칙집과 같이 특정 기술 또는 지식·개념을 전달하거나 방법이나 해법, 작업과정 등을 설명하고자 하는 글처럼 실용성이 주가 되는 기능적 저작물은 표현방법이 이미 정형화돼 있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이유로 누군가에게 배타적인 독점권을 부여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관한 의문이 있다.

특히 인터넷이 일상화돼 홈페이지에 있는 각종 서식이나 제품 설명 등을 게시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내가 만든 기능적 저작물이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에 해당하는지 혹은 타인이 무단으로 복제해 이용한 경우 저작권법에 기한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저작물로 성립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표현에 창작성이 요구된다. 이때 창작성이란 작품의 수준이 높을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남의 것을 베낀 것이 아니라는 것과 다른 제품과 구분될 정도의 최소한의 창작성만을 의미하기 때문에 실용성이 주인 저작물도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소설·시·음악·회화 등과 같이 주로 문학 및 예술적 표현을 목적으로 하는 저작물에 요구되는 창작성과 기능적 저작물에 요구되는 창작성을 같은 기준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문학 및 예술적 범위에 속하는 저작물은 같은 주제나 소재를 가지고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창작성을 폭넓게 인정해도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사용자가 특정한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적 저작물은 이미 용어나 표현방법이 정형화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작성자가 창작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제한돼 있다. 또 사용자들은 일정한 기능적 저작물이 효율적이라고 느끼거나 익숙한 상태에 도달하면 저작물과 같은 기능을 가지는 다른 형태로 표현되는 것에 대해 더 이상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된다.

기능적 저작물은 표현형식이 개념이나 방법·해법, 작업과정 등 아이디어와 표현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경우가 많아 저작권법의 보호대상이 아닌 아이디어를 보호하는 일이 없도록 보호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결국 기능적 저작물의 보호범위는 일반적 표현방법, 규격 또는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이해의 편의성 등에 의해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에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 있는지 여부를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저작권법은 기능적 저작물이 담고 있는 사상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저작물의 창작성 있는 표현을 보호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술 구성의 차이에 따라 달라진 표현에 대해 동일한 기능을 달리 표현했다는 사정만으로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다. 창작성을 판단할 때 저작물의 특성상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며 제3자가 다른 표현 방법을 사용할 수 있었으나 작성자가 사용한 구체적인 표현과 굳이 동일한 표현을 사용한 경우에만 침해를 인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호범위를 제한해야 한다.

도움말: 한국저작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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