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탭10.1 비율 조작 이어 갤럭시S 크기 줄여
법률 전문가 “남은 소송서 애플 부정적 영향 예상”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삼성전자와 애플이 모바일기기 특허를 놓고 9개국에서 19건의 소송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애플의 증거 조작설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이 같은 사실이 삼성과 애플의 특허 소송에서 애플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 애플이 독일 법원에 삼성전자 갤럭시탭10.1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내면서 제출한 증거사진을 조작해 오른쪽 위 갤럭시탭 원본 이미지를 아이패드2(아래 왼쪽)와 크기가 같아 보이도록 왜곡(오른쪽 아래)했다. (연합뉴스)
먼저 지난 16일 영국 IT(정보통신) 전문매체 컴퓨터월드의 네덜란드 자매지 웹베렐트(Webwereld, WW)는 애플이 소송을 위해 독일 법원에 제출한 증거사진을 조작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삼성전자 ‘갤럭시탭10.1’이 자사의 아이패드 제품을 모방했다며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에 유럽에서 갤럭시탭10.1의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소송을 냈다. 문제는 애플이 “갤럭시탭10.1은 아이패드2와 실질적으로 똑같다”고 주장하며 제출한 증거자료에 조작된 사진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갤럭시탭10.1의 실제 가로세로 비율은 1.46이지만 가처분 신청서 28쪽에 실린 갤럭시탭10.1의 비율은 아이패드2의 비율인 1.30과 거의 흡사한 1.36으로 돼 있다고 WW는 보도했다.

이 같은 사실과 삼성 측의 이의 제기로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은 갤럭시탭10.1 유럽 내 판매금지를 발표한 후 일주일 만에 독일을 제외한 다른 유럽국가에서의 판매를 다시 허용했다. 하지만 법원 대변인은 “이번 결정은 사법 관할권의 문제일 뿐 삼성 측의 이의가 본질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고 WW는 전했다.

갤럭시탭10.1 사진 비율 조작에 이어 지난 19일 WW를 비롯한 외신들은 애플이 삼성전자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의 사진도 조작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 변호인 측은 앞서 열린 심리에서 구체적인 증거를 제출하진 않았지만 “애플이 삼성의 제품을 자신들의 기기와 더 유사하게 보이기 위해 시각적인 증거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애플이 네덜란드 헤이그법원에 제출한 증거 사진을 조사한 WW는 여기에도 오류(inaccurate)가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이 법원에 제출한 소장 77페이지에 있는 아이폰3G와 갤럭시S를 비교한 사진에서 갤럭시S를 실제 크기보다 6%가량 더 작게 조작했다는 것이다.

▲ 애플이 네덜란드 헤이그법원에 소송 청구 시 함께 제출한 자료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가 실제 크기(맨 오른쪽)와 다르게 왜곡됐다. (사진제공: 웹베렐트 홈페이지 캡쳐)

갤럭시S의 실제 크기는 122.4×64.2㎜이고 아이폰3G는 이보다 작은 115.5×62.1㎜이지만 제출한 사진에는 두 제품의 크기가 비슷하다. 따라서 이는 애플이 “갤럭시S가 아이폰3G를 모방했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실기 위해 증거사진 크기를 아이폰3G와 비슷하게 조작했다는 게 WW의 주장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연이어 밝혀진 이 같은 상황이 삼성과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는 애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의 지적재산권 전문 컨설턴트인 플로리안 뮐러는 “이 증거들이 소송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네덜란드 비세멘 법률회사의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 마크 그룰도 “두 번씩이나 정확하지 않은 사진 증거물이 법원에 제출된 것이 놀랍다”며 “헤이그 법정에서는 삼성 변호사들이 이 잘못된 증거를 제시해 반론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네덜란드 법률상 디자인과 저작권 침해 관련 소송에서는 특히 소송 당사자들에게 완벽하고 진실한 증거 제출이 더욱 강조된다”고 지적하며 “정확하지 않은 증거물 제출은 부적절한 것으로 애플은 신뢰성을 훼손했다”고 덧붙였다.

이같이 WW가 애플이 잘못된 증거 자료를 제출한 것이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견해를 소개하면서 오는 25일로 예정된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의 최종 판결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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