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윤수

10년 공백기 깨고 복귀
알파영화사 제작 내년 개봉작 출연 예정
“좋은 연기자 되기 위해 지금부터 시작”

‘신기생뎐’서 할머니 귀신으로 등장했던 배우 김윤수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지난달 인기리에 종영한 ‘신기생뎐(연출 이영희 손문권, 극본 임성한)’이 낳은 화제거리는 단연 할머니 귀신의 등장이었다.

6월 12일 방송된 42회부터 종영 때까지 줄곧 등장해 논란을 몰고 다니면서 이슈의 중심에 섰던 할머니 귀신. 이 역할을 맡으면서 화제의 인물이 된 주인공은 바로 10여 년 만에 연기자로 복귀한 중견배우 김윤수(52)다.

예전 ‘김남희’란 이름으로 드라마, 영화, 연극, CF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다가 연예계를 떠난 뒤 김윤수란 본명을 들고 오랜만에 나타난 그는 뜻하지 않게 ‘신기생뎐’에서 맡은 할머니 귀신 덕분에 연기자로서 기분 좋게 새 출발을 하게 된 것.

신기생뎐을 마치고 최근 2~3편의 영화출연을 준비 중인 김윤수를 만나봤다. 신기생뎐이 종영된 지 두 달이 다 돼 가는데 김윤수에겐 아직도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는 와중에 할머니 귀신의 등장으로 시청률도 오르고, 실시간 검색어 1위도 생애 처음으로 해봤는데 끝나서 아쉽다”면서 여운을 간직하고 있었다.

김윤수가 맡은 할머니 귀신은 아수라 회장(임혁 분)에게 빙의되기도 하고 위험에서 구해주기도 하면서 까칠한 성격의 아 회장을 착한 사람으로 만들어놓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할머니 귀신의 등장이 뜬금없다거나 정체가 끝까지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네티즌 사이에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윤수는 “아 회장을 개과천선하도록 돕는 역할이라 설정에는 전혀 맞지 않다고는 생각 안 한다”면서 “귀신보다는 자손을 옳은 길로 인도하기 위한 조상의 혼령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할머니 귀신의 정체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은 채 막을 내렸는데, 배우들조차 아무도 몰라 김윤수는 녹화를 하면서 다른 배우들과 할머니 귀신의 정체들 두고 내기를 하기도 했다며 에피소드를 전했다.

대사는 한마디도 없었지만 등장하자마자 단번에 검색어에도 1위에 올랐던 그는 “함께 연기를 한 임혁 선배가 ‘자신은 대조영 찍을 때도 4위밖에 못 해봤는데, 윤수 씨는 1위도 해보고 부럽다’면서 축하해줬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어리둥절해 했다.

▲ 김윤수는 SBS 드라마 신기생뎐에서 아수라 회장(임혁 분)을 선한 길로 인도하는 할머니귀신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사진출처: SBS) ⓒ천지일보(뉴스천지)

사실 김윤수가 할머니 귀신을 맡게 된 데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김윤수는 이전 10년의 연기생활 동안 다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긴 했으나, 공중파 외곽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단역이라 오랜 무명세월을 보내야 했다.

그러다 보니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 서럽고 상처도 많이 받았다. 그런 힘든 연기생활을 보내다가 가정에 충실하고자 활동을 포기한 채 10년 공백기를 가졌다.

하지만 쉬는 동안 연기에 대한 갈망이 늘 있었기에 연기자 친구들이 단역으로나마 나오는 것을 보고는 다시 복귀를 결정하게 됐다. 그는 “예전엔 단역은 정말 하고 싶지 않았는데, 이제는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신인의 각오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포부를 갖고 연기자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복귀하고 나서 ‘민들레 가족(2009)’ ‘주홍글씨(2010)’ 드라마 2편에 단역으로 출연해 연기생활을 이어갔고, 올해 다른 작품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그때 마침 신기생뎐의 손문권 연출이 할머니 귀신 역할의 적임자를 찾던 중 그의 출연 자료를 찾아봤는지 전화로 연락이 와서 얼떨결에 발탁되는 행운을 안았다.

원래는 신기생뎐에서 3~4회 정도만 출연 예정이었으나, 검색 1위가 된 덕분에 끝까지 고정출연하는 행운을 얻어 새로운 연기자로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김윤수가 연기자의 꿈을 갖게 된 것은 친할머니의 영향이 컸다. 그의 할머니는 살림은 뒷전이었으나 장구도 잘 다루고 춤도 잘 추는 등 가무에 능했다. 김윤수가 어릴 때부터 잘 울어서 할머니는 그에게 크면 울고 웃는 영화배우가 되라고 자주 말해 그가 배우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해준 든든한 후원자였다.

그는 연기자가 되기 전에 대학 진학 대신 먼저 모델 일을 했다. 유명 디자이너 설윤형 씨와도 작업을 같이 하면서 CF도 찍게 되었고, 그런 뒤 32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연기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연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내 역할인 줄 알고 대본도 외우고 촬영 날만 기다리는데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바뀌기도 하고, 점차 밀려나기도 해 우는 일도 많았다”고 어려웠던 시절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연기자라는 타이틀은 있는데 동창회에 가도 친구들한테 무시당할 때가 있었다. 이것 또한 그가 오랜 공백기를 깨고 인정받는 연기자가 되기 위해 복귀한 이유였다.

그는 현재 알파영화사에서 제작 중인 영화 출연 제의를 받아 내년 1월부터 크랭크인에 들어가게 되는데, 맡은 역할은 신기생뎐에서 연기한 것과는 극과 극을 달리는 역이라고 한다. 이 영화 외에도 그는 1~2편 정도 다른 작품을 계속 준비하고 있다.

복귀하고 난 뒤 출연한 드라마 세 편 모두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그는 다음 작품들에 대해 좋은 예감을 가졌다.

마지막으로 그는 “그간 베짱이처럼 살았으나, 이제는 작은 역할을 맡아도 즐거워하면서 최선을 다하려 한다”며 “부족하지만 앞으로 좋은 연기자로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많이 기대해 달라”는 다짐과 함께 부탁의 말을 남겼다.

▲ 김윤수 출연작품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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