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제시한 새로운 국정운영 목표는 ‘공생발전’이다. 이 대통령이 앞서 천명한 친서민·대기업·중소기업 상생과 큰 맥락에서는 같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강자와 약자가 공존하는 생태계적 균형을 찾아가자는 뜻에서 ‘공생발전’을 썼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계층과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발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시장 경제는 새로운 단계로 진화해야 한다는 사유가 전제돼 있다.

‘공정’ 또는 ‘동반’과 관련된 MB 정부의 구호는 ‘녹색성장(2008년)’에서 ‘친서민 중도실용(2009년)’으로 그리고 다시 ‘공정사회(2010년)’로 변모해 왔다. 이번에 나온 ‘공생발전’은 이 세 가지를 종합한 업그레이드 개념이라는 게 언론들의 분석이다.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의 말에 따르면 이 가치는 상충하는 가치 개념을 하나로 묶는 것이다. 그동안 서로 충돌하거나 한쪽이 흥하면 한쪽은 쇠하는 관계였던 환경보전과 성장, 경제발전과 사회통합, 국가 발전과 개인 발전을 함께 이뤄가겠다는 게 ‘공생발전’의 골자다.

이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새로운 발전 체제를 만드는 것”이라며 “기후변화에도 대응하고 생존 기반도 다지는 발전, 격차를 확대하는 게 아니라 줄이는 발전, 고용 없는 성장이 아니라 일자리를 늘리는 성장이 돼야 한다. 서로 보살피는 따뜻한 사회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 대통령의 구상은 한마디로 편중된 부(富)를 나누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철저한 시장논리인 약육강식에서 탈피해 약자를 보듬자는 얘긴데, 문제는 세밀한 대안 제시다. 말 자체는 그럴듯하지만, 과연 이 같은 ‘유토피아론’을 실천에 옮길 만한 추동력을 우리 사회가 갖추고 있는지부터 묻고 싶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갈등, 노사 갈등, 계층 갈등, 지역 갈등, 세대 갈등, 보혁 갈등, 종교 갈등 등이 ‘공생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자리 잡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공생발전의 필수 요건은 ‘의식 개혁’이 될 수밖에 없다. 과거에 그랬듯, 요란한 구호와 제도로만 그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인식’을 바꾸는 일이라는 점을 이 대통령이 꼭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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