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별로 15∼18% 안팎 예상…'정부 압박'이 변수

(서울=연합뉴스) 낙농가와 유업체가 16일 원유(原乳) 가격 인상에 합의함에 따라 우윳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공업계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원유가격을 올리기로 한 이상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수 없다는 태도다.

원유는 ℓ당 138원 오르지만, 선례를 볼 때 소비자가 체감하는 우유 가격의 인상 폭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유가공업체 입장에서는 몇 년 주기로 반복되는 원유 가격 인상 때 운송비나 인건비, 가공비용 등 생산과 판매에 필요한 다른 비용 상승분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2008년 8월 원유가격을 ℓ당 584원에서 704원으로 120원 인상했을 때는 일주일 만에 1ℓ들이 흰우유 팩제품의 대형할인점 판매가를 기준으로 서울우유가 1천850원에서 300원(16.2%) 올라 2천150원이 됐다.

한 달 정도의 시차를 두고 남양유업[003920]의 '남양 맛있는 우유GT'는 1천850원에서 2천200원으로 18.9%, 매일유업[005990]의 '매일 ESL 우유'는 1천850원에서 2천180원으로 17.8%가 올랐다.

판매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원유 가격이 20.5% 오를 때 대형 마트를 기준으로 주요 우유제품이 16.2∼18.9% 인상된 것인데 유가공업계는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의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이번에는 원유가를 19.6% 인상하기로 했기 때문에 각 유업체가 2008년과 같은 비례로 우유 가격을 올린다고 가정하면 서울우유는 15.4%, 남양유업은 18.0%, 매일유업은 17.0% 오른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 비율대로 계산하면 할인점 가격은 서울우유가 약 2천481원, 맛있는 우유GT가 약 2천596원, ELS우유가 약 2천550원이 된다.

가격 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는 편이다.

원유 가격 고시에 걸리는 기간 등을 고려하면 협상 타결일로부터 한두 달 내에 인상해야 한다는 게 유가공 회사의 의견이다.

하지만, 정부가 가격 인상을 늦추도록 압박하는 점이 변수다.

유업체는 연말까지 가격을 올려서는 안 된다는 게 정부 방침이라서 원가 변동을 가격에 반영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농수산물과 공산품 등 각종 생필품 인상으로 서민 생활이 어려운데 기다렸다는 듯이 우유 가격을 올리면 국민의 따가운 시선이 쏟아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업계는 판매로 얻는 이윤이 출고가의 3%가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원가가 138원이나 오르면 바로 손해를 보게 되므로 연말까지 버티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유가격이 인상됐는데 유제품 값을 올리지 않으면 유가공업체는 당장 역마진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나 소비자 반응도 봐야 한다"며 "업체 입장에서 가격 인상 요인이 있어 올리기를 희망하고 있지만 쉽게 올릴 수 없어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가격은 원유가 상승분을 반영하는 선에서 수개월 내에 오를 가능성이 크지만, 정부의 자제 요청과 소비자의 반응 등에 따라 시기와 폭을 두고 '눈치작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분유나, 발효유 등 원유를 주 원료로 한 제품은 물론 커피 전문점의 음료나 제과업계에서 우유를 사용하는 제품 등의 가격 등이 줄줄이 인상 압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한편, 민주당 김영록 의원이 밝힌 바로는 우유의 소매가가 ℓ당 평균 2천180원인 반면 출고 가격은 1천442원에 불과해 유통 마진이 소매가의 33.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유통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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