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중국 역사를 면밀히 뜯어보면 권력의 최상층에서 항상 두 부류가 힘을 행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다. 이 중 ‘권신(權臣)’은 국정의 실권을 잡고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제왕’은 국가의 주인으로서 신(神)에 가까운 권력을 휘둘렀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 둘의 관계는 여러 가지로 나타난다. 서로 긴밀하게 협동을 했는가 하면, 힘을 행사하는 권신 앞에 무능한 제왕도 있었다. 반대로 왕에게 권신이 토사구팽을 당한 경우도 많다. 주목할 점은 현대 사회에서도 같은 일이 그대로 반복된다는 것이다.

화려하게 권좌에 등극했다가도 보스에게 팽(烹)을 당하는 정치인이나 살기 위해서 당을 바꾸는 정치인의 모습을 통해 새삼 권력의 속성을 확인할 수 있다.

토사구팽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 한신과 유방이다. “꽃은 반쯤 핀 것이 좋고, 술은 반쯤 취한 것이 좋다”는 말은 한신을 기억할 때 써먹으면 좋다. 제아무리 출중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득의양양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도 잊지 말아야 한다.

우선, 한신의 죽음을 상기할 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같은 결과는 그 자신의 지나친 우월감과 군신 간의 예의를 무시한 행위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한신은 일찍이 유방에게 “천하의 성읍을 공신들에게 나눠준다면 그 누가 복종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한 적이 있다. 말하자면 한신은 유방을 ‘거래가 가능한 상대방’으로 여겼던 것이다.

후에도 한신은 항우의 실책을 분석하면서 유방에게 무례한 말들을 늘어놓았다. 용기·용맹·어짐·강함 중 유방이 항우에게 미치는 영역이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유방은 한신을 신뢰하지 않았다. 결국 한신은 영문도 모른 채 참수를 당하게 된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옛말에 ‘군주를 모실 때는 호랑이와 함께 하듯 하라’고 했다”고 직언한다. 군신의 예를 넘어서는, 오늘날로 치자면 부하와 상관의 관계를 무시하면 화가 닥칠 수밖에 없다는 깨달음이 솟아오른다.

이 책은 이처럼 중국 2000년 역사에 나타난 1인자의 용병술과 2인자의 지혜를 담은 처세술을 전달한다. 옛 중국 고사를 적절히 인용하면서 무엇을 버려야 하고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한다.

리정 지음 / 미래의창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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