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천국의 국경을 넘다>는 저자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만난 수많은 탈북자에 대한 이야기를 녹여낸 책이다. 그는 탈북자 취재를 통해 만든 다큐멘터리로 국내외 16개 언론상을 수상한 바 있다.

저자는 관찰자 시점에서 철저하게 벗어나 스스로 ‘탈북자’가 된다. 국경에서 사람을 파는 장사꾼을 만나고 마약을 파는 군인과 흥정을 하기도 한다. 자유를 찾아 밀입국하는 사람과 동행하는가 하면 시베리아의 숨겨진 벌목소를 찾아 인터뷰를 하고 줄행랑을 치기도 한다.

그에게 탈북자와의 만남은 삶과 기쁨의 의미를 사냥하는 시간이자 분노와 연민을 길어내는 순간이었다. 이 책은 ‘사람’을 담고 있다. 사람이 살고 죽는 것 앞에서 이데올로기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저자가 풀어낸 탈북자들의 궤적을 밟을 때마다 환희와 눈물이 쏟아지며 뜨거운 감동이 안겨온다.

전체적으로 내용은 술술 읽힌다. 어려운 책이 아니다. 경험담을 그대로 녹여냈기 때문에 생생하고 실감나게 다가온다.

특히 5000위안에 팔려간 엄마와 함께 사는 옥평이의 일화가 눈시울을 적신다. 신장이 나쁜 아빠는 옥평이의 엄마를 돈을 주고 샀다. 옥평이 엄마는 북한에서 대학까지 다녔지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고달픈 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녀는 새벽 3시에 일어나 아침을 짓고, 새벽 4시에 밭에 나가서 일을 한다.

점심을 먹기까지 허리를 펴지 못하고 계속 일을 해야 한다. 오후 6시까지 일을 계속하고 누우면 밤 10시가 된다. 그래도 옥평이 생각에 버텨낸다. 그녀는 두만강 근처에서 33일을 기다리며 도강을 기도했다. 그러나 옥평이 때문에 결국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옥평이 엄마가 저자에게 말한다.

“저도 어머니가 있어요. 어머니가 많이 보고 싶은 날엔 딸 얼굴을 대신 쳐다봐요.”

그녀는 말을 이어가며 눈물을 흘린다.

“가끔 생각하죠. 애를 낳아도 안심하지 못할 바엔 차라리 조국(북한)에 남을 걸.”

책의 귀결은 ‘인간애(人間愛)’다.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탈북자를 데려오기 위해 돈을 대는 가난한 목사나 장모의 입국을 위해 목숨을 거는 청년 탈북자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면서도 사랑의 참모습을 그대로 적셔낸다.

이학준 지음 / 청년정신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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