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미포에서 송정해수욕장으로 이어진 해안 산책로에 천혜의 자연경관이 펼쳐져 있다. (제공: 해운대구청) ⓒ천지일보 2021.10.19
부산 해운대 그린레일웨이 중 미포에서 송정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해안 산책로 구간에 천혜의 자연경관이 펼쳐져 있다. (제공: 해운대구청) ⓒ천지일보 2021.10.19

폐선부지, 시민휴식공간 변신

9.8㎞ 구간, 숲길·해안 산책로

온 가족 즐기는 관광지 ‘주목’

“추억 쌓는데 이만한 곳 없어”

도시재생 대표적 사례 ‘평가’

[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기찻길 따라 탁 트인 해안 길을 걷다 보니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습니다.” 해운대와 송정해수욕장을 잇는 산책로에서 부산으로 신혼여행을 왔다는 김민정(30대, 서울)씨가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7일 부산 해운대 미포에서는 해변열차를 타기 위해 블루라인파크 입구로 모여든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가족 단위 관광객과 연인들은 이야기꽃을 피우며 가을을 만끽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해변열차 자유권을 결제하고 한껏 들떠있던 김성태(40대, 진해)씨는 “날씨도 시원해 산책하기도 좋고 기차와 걷기를 병행할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오기에 딱 좋다”고 말했다.

미포에서 송정까지 바다를 감상하며 해안 산책로를 걸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대구에서 친구와 여행 왔다는 박성재(가명, 20대)씨는 “취업으로 힘들었는데, 복잡한 도심을 떠나 탁 트인 바다를 보며 산책하니 기분전환에 이만한 곳은 없는 것 같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제주에서 부산 친구 추천으로 여행을 온 관광객도 있었다. 그는 “부산의 찐 매력을 발견하게 됐다”며 “제주도도 좋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부산을 사랑하게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부산 해운대구 블루라인파크 철로 위로 해변열차와 스카이캡슐이 지나가고 있다. (제공: 해운대구청) ⓒ천지일보 2021.10.19
부산 해운대구 블루라인파크 철로 위로 해변열차와 스카이캡슐이 지나가고 있다. (제공: 해운대구청) ⓒ천지일보 2021.10.19

◆폐선 철길, 인기 관광지로 변신

지난해 11월 개장한 ‘그린레일웨이’는 해운대구 올림픽교차로~송정 일원의 동해남부선 폐선부지를 활용한 총 길이 9.8㎞의 도심 산책로로 도시의 공간적·문화적 가치를 재생산한 도시재생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올해 대한민국 조경대상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동해남부선 철길은 일제강점기인 지난 1935년 개통 이래 포항·경주·울산·부산을 잇는 교통수단으로 서민과 애환을 같이 하다 복선화전철사업, 고속화철도사업 등으로 2013년 폐선을 맞게 된다. 2015년 9월 우동~부산기계공고 구간부터 공사가 시작되고 지난해 11월 완공되면서 마침내 도심 속 숲길로 변신해 인기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포~송정 4.8㎞ 구간에 들어선 ‘블루라인파크’는 지난해부터 운영을 시작한 뒤 평일·주말 가릴 것 없이 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미포로 이어지는 도심 속 산책로. (제공: 해운대구청) ⓒ천지일보 2021.10.19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서 미포로 이어지는 도심 속 산책로. (제공: 해운대구청) ⓒ천지일보 2021.10.19

◆삭막한 도심 속 호젓한 산책로

우동에서 미포까지 이어진 해운대 시가지 산책로 구간은 총 4㎞로 수비삼거리(수영비행장 삼거리)라 불리던 올림픽교차로에서 시작해 옛 해운대역을 지나 해운대해수욕장까지 이어진다.

이 구간은 사방이 아파트촌인데다 8차선 도로가 펼쳐진 대로변이라 어딘지 모르게 삭막한 듯 보이지만 예상과 달리 호젓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불과 1년 만에 입소문이 퍼진 이곳은 산책을 즐기는 이들이 많았다. 차가 다니지 않는 평지 길을 만보 이상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흔하지 않은데다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숲의 다채로움은 산책하는 이들의 지루함을 없애고도 남았다.

[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부산 해운대구 미포에서 송정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산책로. ⓒ천지일보 2021.10.19
[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부산 해운대구 미포에서 송정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산책로. ⓒ천지일보 2021.10.19

◆기차와 나란히 걷는 해안 산책로

미포 해변열차 정거장에서 매표소를 지나 조금 걷다 보면 ‘달맞이재’라는 아담한 길이의 열차 터널이 나타난다. 해변 철로와 나란히 이어진 4.8㎞ 구간의 산책로는 바닥이 목재로 돼 있어 정감이 느껴지고, 길을 걷다 보면 바다를 가까이 볼 수 있는 계단 산책로가 눈에 들어와 지칠 땐 잠깐 쉬어가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바다와 나란히 걷는 이곳은 혼자 걷기에도 외롭지 않은 아늑한 느낌을 준다. 동해와 남해가 만나는 지점인 이곳이 주는 또 하나의 매력은 날씨가 좋을 땐 대마도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 몽돌해변에 동글동글한 몽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천지일보 2021.10.19
[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지난 17일 부산 해운대구 청사포 몽돌해변에 동글동글한 몽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천지일보 2021.10.19

◆일출·낙조 유명한 청사포 다릿돌전망대

높이 20m, 길이 72.5m, 폭 3~11.5m로 바다를 향해 쭉 뻗어있는 청사포 다릿돌전망대 끝에는 반달 모양의 투명 바닥이 설치돼 있어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 느낌을 전해준다. 게다가 전망대 앞에서부터 해상 등대까지 늘어선 5개의 다릿돌로 시선을 좇아가면 빼어난 해안 경관과 일출·낙조가 이뤄내는 장관을 경험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 조금 더 걸어가니 몽돌해변이 나타난다. 모래 해변인 부산의 다른 해수욕장들과 달리 동글동글한 몽돌이 매력적인 청사포 몽돌해변은 바닥이 미끄럽지 않아 균형을 잘 잡고 걸으면 연인 또는 친구와 추억 쌓기에 더할 나위 없다.

[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지난 17일 부산 해운대구 블루라인파크 송정정거장의 승강장에서 열차를 타기 위해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1.10.19
[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지난 17일 부산 해운대구 블루라인파크 송정정거장의 승강장에서 열차를 타기 위해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1.10.19

◆우리나라 대표 산책로로 조성

활기 넘치는 조개구이집과 횟집 건물들이 들어찬 청사포를 뒤로하고 성큼성큼 걷다 보니 어느새 송정해수욕장에 다다른다. 해변열차의 종착지인 송정정거장과 옛 송정역 역사를 지나 소나무 길을 따라가다 보면 그린레일웨이가 드디어 끝이 난다. 전체 9.8㎞를 걷는데 소요된 시간은 대략 3시간 30분 정도. 진입로가 곳곳에 있어 각자의 취향대로 편안하게 산책할 수 있고 코스가 힘들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산책하기에 적합하다.

해변열차와 스카이캡슐 이용객 중 해운대구민과 부산시민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주민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홍순헌 구청장은 “주변 관광자원과 잘 어우러진 부산의 명물로서 우리나라 대표 문화 산책로로 만들겠다”고 비전을 밝혔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그린레일웨이가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께 위로가 되는 휴식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며 “시민 삶의 질을 높이고, 보행자 중심의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데 기여하도록 지속해서 생활권 숲 조성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블루라인파크 미포정거장 입구에 ‘시민이 함께 만든 블루라인파크’라고 쓰인 안내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천지일보 2021.10.19
[천지일보 부산=윤선영 기자] 지난 17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블루라인파크 미포정거장 입구에 ‘시민이 함께 만든 블루라인파크’라고 쓰인 안내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천지일보 202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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