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공자의 제자 중에서 공자가 세상을 떠나려고 했을 때 그에게 가장 발 빠르게 달려 올 수 있었던 인물은 자공이었다. 자공은 말 재주가 뛰어났을 뿐 아니라 학문도 뛰어났고 장사 수완 또한 뛰어났다. 자공의 성은 단목(端木)이며 이름은 사(賜)이다. 공자보다 31살 아래였다.

공자는 자공의 재주를 인정하였다. 그러면서 때로는 짓궂은 질문도 했다.
“너하고 안회하고는 어느 쪽이 낫다고 생각하느냐?” 자공이 서슴없이 답했다. “안회지요. 그는 하나를 듣고 열을 알지만 저는 기껏 하나를 듣고 둘을 알 정도입니다.”

자공은 그만큼 겸손하고 신중할 줄 알았다. 어느 날 자공이 공자에게 질문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평가해 주십시오.” 공자가 선뜩 대답한다는 게 “그릇이지” 하였다. 자공이 재차 물었다. “선생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호련이야.” 공자의 말은 짧았다. 호련이란 조상의 제사에 쓰이는 그릇이다. 공자는 “일단 그릇이지” 하며 자공의 재주를 비꼬기는 했으나 그가 되묻자 당황해서 ‘없어서는 안 될 인재’ 라고 변명하듯 말했다.

제나라 대부 전상이 반란을 일으키려고 음모를 꾸몄다. 그러나 고, 국, 포, 안씨 등 나라 안의 큰 세력들을 적으로 맞을 일이 두려웠다. 그는 계획을 변경하여 노나라를 공격하려고 군대를 움직였다. 그때 공자는 제자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노나라는 우리 조상들이 묻힌 땅이며 부모의 나라다. 그 노나라가 지금 멸망의 위기에 놓여 있다. 누구든 이 조국의 위기를 구원할 사람은 없느냐?” 먼저 자로가 나섰다. 공자는 자로를 말렸다. 다음에 자장과 자석이 나섰으나 공자는 허락하지 않았다. 자공이 나서자 공자는 비로소 반기며 승낙을 했다.

자공은 곧장 제나라로 가서 전상을 만나 이렇게 설득했다. “노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서쪽은 얇고 낮으며 방어용 도랑은 좁고 얕습니다. 왕은 어리석고 덕이 없으며 중신들은 교활하고 무능합니다. 신하들이나 백성들은 전쟁이라면 몸서리를 칩니다. 이런 나라보다는 오히려 오나라를 공격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오나라는 성벽이 두텁고 높으며 도랑은 넓고 깊습니다. 무기는 튼튼하고 병사들은 정예로 훈련되어 있고 군량도 풍부합니다. 지휘를 맡고 있는 장수들은 뛰어난 대부들입니다. 이런 나라일수록 공격하기가 쉽습니다.”

이 말을 듣자 전상은 화를 버럭 내었다. “귀공은 나를 우롱할 셈이오?” 자공은 정중하게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내 말을 잘 들어 보십시오. 골칫거리가 나라 안에 있을 때는 강국을 치고 그것이 나라 밖에 있을 때는 약소국을 치라고 했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당신의 경우 골칫거리는 나라 안에 있습니다. 당신에게는 세 번이나 봉읍을 늘리는 문제가 화제에 올랐으나 세 번 다 중지가 되었습니다. 그 원인은 일부 중신들이 당신을 싫어해서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신은 노나라를 쳐서 제나라 영토를 넓히려고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제나라가 싸움에서 이기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왕은 교만해지고 군사권을 잡은 중신들은 한층 더 세력이 강해집니다. 당신은 공을 세웠으면서도 도리어 왕으로부터 소외당할 것입니다. 매우 걱정스런 일입니다.” 자공은 전상에게 득과 실을 따져 세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런 연후에 다시 오나라를 치는 것이 전상 개인에게 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오나라를 쳐서 패배했을 경우 어떻게 되리라고 생각합니까? 많은 백성들이 죽고 중신들은 그 세력을 잃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당신은 중신들의 저항을 받는 일도 없고 백성의 비난도 받지 않을 것입니다. 즉, 왕을 고립시키고 당신 혼자서 제나라를 움직일 수가 있습니다.” 듣고 있던 전상이 말했다. “하지만 우리 군사들은 벌써 노나라를 향해 떠났소. 갑자기 군사를 돌려 오나라를 공격하면 중신들이 수상하게 생각할 것 아니오? 방법이 있소?” 자공이 나섰다. “일단 노나라 공격을 중지시키고 나를 오나라 사자로 보내 주시면 오가 노를 구원하기 위해 제나라를 공격하도록 만들겠습니다. 그때 당신은 군사를 이끌고 오나라 군사를 맞아 싸우면 됩니다.” 전상은 자공의 건의를 받아들여 그를 남쪽의 오왕에게 사자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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