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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어디에서 왔는지도 어떻게 존재하는지도 정확히 모르면서 산다. 깊이 있는 엉뚱한 생각이다.

공간을 만들 때 건축을 정확히 이해하고 만들면 좋겠지만 하나부터 백까지 다 알고 건축을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믿고 맡길 곳을 찾는 것이다.

모르는 것이 속 편하겠지만 불안한 미래에 대한 의구심이 이미 있고 가만히 있으면 도태되는 느낌이다.

주변의 분위기에 따라 마음이 많이 흔들리고 달라진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건축물의 주인은 건축주다. 결국 건축주를 닮은 건축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옷도 그 가치를 모르고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듯이 건축은 더더욱 자신에게 맞지 않는 용도와 형태라면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생긴다. 정리되지 않고 부자연스러운 감정이나 자료라도 있으면 얼른 꺼내 놓는 것이 상책이다. 내부에 참지 못할 욕구들이 정리된 상태로 보여지기는 어렵다. 설익은 것이라도 꺼내놓고 볼일이다.

생각의 시작은 있을 테고 형태의 시작도 생각에서 시작할 테니 무엇이라도 꺼내 놓고 볼일이다.

건축사와 논의하고 형태화하고 정리해 나가야 한다. 한 번에 될 수도 없고 자신의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지 스스로 모르는 상태에서 한 번에 좋은 건축이 빨리 나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될 일이 아니다. 무형의 것이 유형이 되는 과정은 한 생명체가 태어나는 것처럼 간절하고 구체적이어야 하니 시간을 두고 완숙될 수 있도록 챙겨보자.

생각의 씨앗이 건축의 형태를 바로 잡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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