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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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노무현 정권 시절 국방백서에서 ‘주적’이란 표현을 삭제했다. 이후 보수 정권에서 되살리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주적(primary enemy) 대신 가장 주요한 위협(primary threat) 등의 표현을 썼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는 몰라도 군사적으로는 조삼모사(朝三暮四)다.

우리가 주적이란 말을 쓰든 가장 주요한 위협이란 말을 쓰든 실제 군사적 현실의 주적은 북한이다. 마찬가지로 북한이 주적이란 말을 쓰든 안 쓰든 실제 군사적 현실의 주적이 한국과 미국인 것은 변함없다. 지난 10월 10일은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일이었다. 북한은 이날 주로 열병식을 개최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김정은이 열병식에 참가했다는 보도는 없고 국방발전전람회에 참가했다는 보도만 있어 열병식 대신 일종의 무기전람회를 개최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그 자리에서 지난달 시험 발사한 극초음속미사일(화성-8형) 등 최신 무기를 망라해 보여준 뒤 국방력 강화를 핵심 국가정책으로 천명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등 특정한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는 이상한 ‘주적론’을 펼쳤다. 그 뒤 북한은 또 다시 적인 아닌 적, 한국군에 대해 비난의 화살을 퍼 부었다. 즉 위장언론인 통일의 메아리 논평을 통해 “요즘 남조선군부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시기에는 내외의 비난이 두려워 각종 무장장비개발을 도적고양이처럼 남몰래 벌려놓고 ‘전력화행사’라는 것도 누가 볼세라 비공개로 진행해오던 남조선군부가 이제는 개발 중에 있는 무장장비들까지 모두 공개하며 저들의 군사력을 광고하지 못해 안달이나 하는 것이다.

얼마 전에도 남조선 군부는 제73차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 저들이 개발하였거나 해외에서 끌어들인 주요 무장장비들을 거의 모두 꺼내놓고서는 ‘해군은 대양해군으로 나가고 있다’ ‘한국형전투기 시제품을 완성하였다’ ‘훨씬 강력한 미싸일을 개발하며 실전배치하고 있다’고 법석 떠들어대였다.

뿐만 아니라 제139차 방위사업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수십억US$에 달하는 무장장비개발사업들을 심의 의결하였는가 하면 어중이떠중이들을 내세워 ‘잠수함탄도 미싸일 시험발사 성공에 가리워 다른 전략무기성공의 의미가 국민들에게 다 전달되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느니, ‘초음속 순항미싸일도 속도가 훨씬 빠르다’느니, ‘방위력개선비 증가률이 력대 최고’라느니 하며 ‘전문가들이 국민들에게 적극 광고하여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지도록 해달라’고 력설했다. 이런 군사적 허세야말로 날로 비약 발전하는 우리 혁명무력의 무진막강한 군사적 위력에 질겁한 자들의 히스테리적광기라고 해야 할 것이다.

남조선군부의 이런 어리석은 ‘힘자랑’은 우리 공화국에 비한 저들의 군사적 열세에 대한 초조감과 언제 가도 우리 공화국을 군사적 힘으로는 어째볼 수 없다는 심리적불안감의 표출이다. 사실 남조선군은 상전인 미국의 승인이 없이는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허재비 군대이다. 군부대를 동원하자고 해도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 하고 작전지휘는 전적으로 상전에게 의존해야 하는 것이 바로 남조선군의 가련한 처지이다.

이런 허재비들이 제 처지도 분간 못하고 물덤벙술덤벙하며 객기를 부려대고 있으니 이 얼마나 웃기는 광대극인가. 더욱이 지금 남조선 군은 그 누구를 넘겨다볼 처지도 못된다. 군부 내에서는 극도의 염전분위기에 빠진 사병들의 자살, 탈영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있으며 성추행과 사기협잡 등 각종 부정부패현상들이 성행하고 있다. 이런 오합지졸의 무리를 놓고 새빠지게 그 무슨 ‘힘자랑’을 해대는 꼴이 가소롭기만 할뿐이다. 썩을 대로 썩고 기강이 해이될 대로 해이된 식민지고용군을 놓고 광대극을 연출해봐야 소용이 없다. 허세나 부린다고 저들의 비참한 처지가 달라지겠는가.”

금방 주적이 아니라고 해 놓고 평양이 게거품을 물고 이처럼 한국군을 헐뜯는 저의는 무엇인가? 정녕 한국군의 군사력이 북한보다 약하다고 보는가? 김정은 위원장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국의 국력이 총체적으로 북한보다 40여년 앞서있는데 군사력이 열세라면 그것은 어불성설이다. 북한의 억지 부리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한국의 대선이 다가오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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