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두고 재재협상을 요구하는 민주당에 반기를 들었다.
안 지사는 한미 FTA와 관련해 지난 5일 기자들과 만나 “노무현 정부의 협상은 잘됐지만,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으로 나빠졌기 때문에 비준에 반대한다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밝혔다.

안 지사는 “야권이 피해 보상 및 대책이 없다는 논리로 FTA에 반대하는 것도 좋은 태도는 아니다”면서 “여전히 19세기, 20세기 국가의 중상주의 관점으로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 것은 구한말 성리학적 논쟁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안 지사는 “재협상 전과 후 모두 미국 자동차업계의 주문을 반영한 것으로 큰 차이가 없다”면서 “사실상 우리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그것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 자세로 덤비지 않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안 지사의 이날 언급은 ‘한미 FTA=신자유주의’로 풀어내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그리고 여기에 동조하는 국민참여당과 민주당 전체를 싸잡아 비판한 것에 해당된다.

당초 한미 FTA에 대해 온건적인 입장이었다가 태도를 바꾼 민주당 손학규 대표나 김진표 원내대표에 대한 직격탄이기도 하다.

특히 안 지사가 참여정부의 실세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발언은 안으로부터의 성찰에 해당되기 때문에 그 파장은 어마어마하다. 특히 “한미 FTA에 찬성하면 보수고, 반대하면 진보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는 그의 말은 핵심을 꿰뚫는다. 안 지사의 말대로 민주당은 회기 때마다 다른 태도로 한미 FTA에 접근해 왔다. 다른 진보세력의 경우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야권은 진정성 있는 구호로 FTA 반대를 호소해야 한다. 꼬투리 잡기를 그만두자는 얘기다. ‘진보 vs 보수’ 프레임으로 밀어붙이는 시대는 지났다. 그런 점에서 진보 성향인 안 지사의 발언이 시사하는 바는 상당하다. 당의 성향과 관계없이 할 말은 하는 정치 토양이 하루 빨리 안착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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