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나온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3차 슈퍼위크 결과는 한마디로 이변 중의 이변이었다.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경기지사를 두 배가 넘는 표 차이로 압승한 것이다. 62%와 28%,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이로써 이재명 지사는 과반 턱걸이로 어렵게 결선행을 확정했지만, 탈락한 이낙연 전 대표는 참으로 속상했을 것이다.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그리고 무효표 셈법을 좀 더 일찍 정비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낙연 전 대표 측이 경선표 계산방식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즉각 승복하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것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만큼 막판에 이낙연으로 모아지는 국민들의 표심을 체감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당무위원회 논의에 부친 것도 잘 선택한 방식이다. 묵살하거나 비판하지 않고, 이 전 대표 측의 아픈 심경을 즉각 당내로 수렴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당무위원회가 13일 회의를 열고 대선 경선표 계산방식을 논의하고 결론을 내렸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당무위는 지금까지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와 최고위원회가 해당 당규에 대해 결정한 것을 추인키로 했다”고 밝혔다. 물론 예상된 결과였다. 그럼에도 당무위를 통해 논의 절차를 밟았다는 것은 이낙연 전 대표 측에 대한 배려였으며 동시에 승복할 수 있는 명분을 줬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민주주의는 이런 방식으로 발전돼 왔으며 다른 어떤 제도보다 우월성을 지닌 강점으로 인식돼 왔던 것이다.

이낙연 전 대표도 즉시 입장문을 통해 “대통령후보 사퇴자 득표의 처리 문제라는 과제를 남겼지만, 그에 대한 당무위원회 결정은 존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후보 경선결과를 수용하며 이재명 후보에게 축하한다고 말했다. 깨끗한 승복이다. 이에 이재명 후보도 이낙연 전 대표와 손을 꽉 맞잡고 함께 산에 오르는 동지가 됐다며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반드시 산 정상에 오르겠다는 의지까지 덧붙였다. ‘이재명 원팀’의 보기 좋은 모습이며, 한국 민주주의의 어떤 자긍심을 느끼는 대목이다.

국민의힘도 대선후보 경선레이스가 바쁘게 진행되고 있다. 경선 중에는 크고 작은 논란과 감정 섞인 설전이 오갈 수 있다. 그러나 선을 넘는 순간 자칫 치명타를 입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경선이 끝나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깨끗한 승복은 국민의힘도 예외가 아니다. 이제 민주당이 보여준 민주주의의 길을 확인했다. 다음은 국민의힘 순서다. 민주당보다 더 뜨겁게 경쟁하되 더 아름다운 피날레를 보여줘야 한다. 야당의 길은 더 험난하고 절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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