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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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헌법재판소는 검찰이 북한을 찬양했다는 이유로 신은미씨에게 기소유예를 선고한 것은 법리 오해의 잘못이 있는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라면서 기소유예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7년 전 검찰은 극우 성향 단체의 고발을 이유로 ‘통일토크콘서트’를 연 신은미씨와 황선씨에게 수사의 칼날을 들이댔다. 검찰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황선씨를 구속기소하고 신은미씨는 기소유예 결정을 했다. 긴 법정 싸움 끝에 황선씨는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기소유예가 부당하다면서 헌법소원 낸 신은미씨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신씨는 재미교포로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북녘에서 보고 느낀 점을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다. 나중에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라는 이름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 책은 문광부의 우수도서 목록에 올랐다. 신씨는 통일운동가 황선씨와 함께 전국을 순회하며 콘서트를 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선일보와 TV조선이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2011년 11월 22일 “서울 한복판서 北 찬양, 평양서 ‘南 칭찬’ 한번 해보라”는 사설을 냈다. “서울의 한 공연장에서 북한의 인권 실태를 옹호하면서 북 체제를 찬양하는 토크쇼가 열렸다”면서 “북한을 떠받드는 행사”로 규정했다. “이날 행사는 우리 내부 종북 집단의 병(病)적인 실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썼다.

하루 앞서 TV조선은 “이 두 여성이 묘사한 북한은 그야말로 지상낙원”이라며 “침이 마르도록 찬양을 이어갔다”고 보도했다. 수사를 맡은 서울경찰청은 토크콘서트에서 그런 말이 나온 적이 없다고 했다. 진실만을 말해야 할 언론 매체가 허위사실을 날조해 색깔 공세를 편 것이다. 자신들의 정파적 입장을 관철하기 위한 사악한 행위이다. 언론 매체의 탈을 쓰고 진실을 호도하며 종북몰이나 하는 매체는 언론이라 할 수 없다.

유사한 내용의 보도가 잇따르는가 싶더니 토크콘서트장에서 사제폭탄이 터졌다. 한 고교생이 허위사실에 기초한 뉴스를 보고 황산 테러를 가한 것이다. 테러 직전 그가 신씨에게 던진 질문은 “북한을 지상낙원이라고 했습니까?”였다. 당시 대통령 박근혜씨는 테러 행위를 비판하기는커녕 “소위 종북 콘서트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우려스러운 수준”이라 했다. 색깔 공세에 기름을 붓는 행위였다.

‘신은미 종북콘서트 사건’은 21세기판 마녀사냥이다. 일부 매체가 자신들이 특정한 사람들을 빨갱이로 낙인찍고 우리 사회에서 격리 배제하자는 선동을 시작한다. 그러면 극우단체가 나선다. 바로 이어서 검찰과 경찰이 사법의 칼을 꺼내 든다. 이것이 빨갱이 사냥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전에 수없이 반복된 행태가 그대로 재연된 사건이 ‘신은미 종북콘서트 사건’이다.

7년 전 우리의 또 다른 반쪽이라 할 북녘의 삶을 본 대로 느낀 대로 전해준 동포 신은미를 환대는 못할망정 마녀사냥의 대상으로 삼아 말로 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자들은 이제라도 용서를 빌어야 하지 않을까. 조선일보도 TV조선도 경찰과 검찰도 고등학생 오모씨도 박 근혜 전 대통령도 신은미씨와 황선씨에게 정중히 사과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 신씨는 대한민국 이름으로 추방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나 외교부 장관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본다.

8.15 해방 이전에는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독립운동가들을 낙인찍기 위해 ‘아카(あか)’라는 말을 썼다. 이 말이 해방 뒤 ‘빨갱이’로 바뀌었다. 민주화 과정에서 효용성이 떨어지자 ‘친북인사 또는 친북 단체’로 바뀐다. 이 말도 또 효용이 떨어지자 ‘종북 인사 또는 종북 단체’라는 말이 등장했다. 색깔론의 현란한 자기 변신 과정이다.

신은미씨 사건을 보면서 국가보안법이 하루빨리 폐지돼야 할 악법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낀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없다면 자유주의도 민주주의도 자유민주주의도 아니다. 독일의 세계적인 석학 하버마스가 국가보안법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를 두고 말했던 것처럼 야만 사회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 일부 사람들이 한국을 선진국이라 부르나 보다. 야만적인 법률을 두고 선진국 소리를 듣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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