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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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학문의 전당이라고 한다. 교육법에서도 대학은 고등교육기관이다. 대학과 함께 있는 대학원은 고등교육법의 규율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은 고등교육기관이면서 전문교육기관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대학이 전공 분야의 융복합을 통해 변신을 꾀하고 있지만, 현실은 점차 대학교육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대학 수에 따른 입학정원에 비해 대학진학자 수는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그야말로 대학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그런데 대학의 위기는 이미 예상한 것이었다. 미래를 고려하지 않고 우후죽순 격으로 대학설립을 인가해 준 정부의 무책임한 교육정책은 대한민국의 교육을 오직 대학입시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더구나 인구수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대학의 숫자는 부실대학을 양산했다. 대학을 설립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교육사업자는 고등교육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정부의 지원만 쳐다보는 교육꾼이 됐다.

대학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게 만든 교육정책과 교육환경은 국민을 재벌과 군벌 같은 학벌주의자로 만들었다. 대다수 국민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사설학원을 다니면서 공교육의 차별화를 서슴지 않고 있다. 교육이 백년대계가 아니라, 교육을 통해 차별을 실감하게 만들고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게 한다.

맹모삼천지교가 아니라 맹모삼천지학원을 실현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교육, 사교육과 공교육을 구분하지 못하는 정부, 헌법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짓밟고 있는 대한민국은 국공립대학뿐만 아니라 사립대학들도 대학의 자치를 헌신짝처럼 버리고 정부의 대학지원금에 목을 매고 있다.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와 대학 기본역량 진단 등의 결과는 대학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파급효과를 보이고 있다.

헌법 제31조 제4항의 뒷부분을 보면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학의 자율성에 관한 법정주의를 규정하고 있는 이 조항은 대학의 자치를 의미한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헌법은 대학의 자치를 사회적 기본권에 규정해 추상적 권리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학의 자치는 학문의 자유와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는 자유권이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학문의 발전은 대학을 통해 이뤄졌다. 근대 대학이 설립되고 발전하면서 학문의 연구와 고등교육은 대학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대학의 자치는 학문의 자유와 분리할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대학의 자율성은 학문의 자유의 확실한 보장 수단으로 꼭 필요한 것으로서 이는 대학에 부여된 헌법상의 기본권이라고 했다. 대학의 자치는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이며 속성이다.

대학의 자치에는 교수의 연구에 대한 독립성 보장, 교수자치회의 보장, 교과과정의 편성, 교육의 내용과 방법에서의 자율성, 학생선발의 자율성 등이 포함된다. 헌법재판소는 대학의 자율에 대해 연구와 교육, 교과과정의 편성, 학생의 선발, 학생의 전형 등이 자율의 범위에 속해야 하고 입학시험제도도 자주적으로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해, 대학의 자치에 있어서 그 내용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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