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병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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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레이스가 점점 더 흥미를 끌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이재명 경기지사가 확정되자 이제 이재명 후보의 라이벌이 누구인가를 놓고 국민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국민의힘 TV토론회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고,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대선 (예비)후보들의 크고 작은 발언에 반응하는 분위기도 이전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이래저래 기대만큼 흥행을 거두지 못한 민주당과는 달리, 국민의힘은 약간의 흥행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하지만 흥행 분위기가 조금씩 진전되고 있다곤 하지만 그 콘텐츠가 빈곤하다는 것이 결정적인 장애요인이다. 특히 윤석열 후보를 둘러싼 논란과 시비는 끊이질 않는다. 평생 검사 노릇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대선판에 진입한 게 독이 된 것일까. 정치역량은 고사하고라도 시대와 현실을 보는 수준부터 그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과 상식도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국민과의 소통 능력은 거의 희화화 된 수준이다. 손바닥에 ‘왕(王)’자를 써놓곤 논란이 일자 이를 해명하는 방식을 보노라면 씁쓸하다 못해 창피할 정도다. 여야 정치권이 갈라놓은 진영대결의 낡은 구도가 아니라면 벌써 퇴장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대선경선 TV토론회는 누가 말을 잘 하느냐 하는 경연장이 아니다. 국민의힘에서 내놓을 최적의 대선후보로 누가 적절한지, 그들의 자질과 정책비전을 보면서 미래의 대통령을 예비하는 국민적 검증의 장이다. 야권일수록 그 검증의 장이 구체적이고 치열할수록 좋다. 대선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더 높일뿐더러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국민에게 전달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료들의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도 감내해야 한다. 그것도 정치의 영역이며 동시에 정치인의 운명이다. 정치공세와 해명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각 후보들의 품격과 도덕성, 그리고 정책비전과 정치역량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 13일 벌어진 국민의힘 대선후보들의 TV토론회와 그 직후 격화된 서로 간의 논란은 각 후보들의 품격과 수준, 정치역량을 여실히 보여준 결정적 한 장면이 아닐까 싶다. 윤석열 후보를 둘러싼 고발사주 의혹, 천공스승이라는 인물에 대한 관심은 당연하다. 이러한 국민적 관심사를 빼고 토론을 벌인다면 그런 토론회는 할 필요도 없다. 보여주기 식의 ‘쇼’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소 감정적 질문이 오더라도 차분하면서도 친절하게 설명해야 한다. TV토론회는 곧 국민과의 소통이기 때문이다.

이날 홍준표․유승민 후보는 천공스승과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물론 날카로운 만큼 윤 후보가 당황했을 수도, 불쾌했을 수도 있다. ‘우리 편끼리’ 나와 이렇게까지 하느냐는 불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정치의 영역이며 또한 거쳐야 할 과정이다. 그럼에도 다소 무례한 질문이 나왔다면 그건 국민이 평가할 몫이다. 이런 과정이 싫다면 애초 출마할 필요가 없었다. 특히 대선에 출마한 인물이 그런 내부 토론회를 놓고 불평과 불만이 많다면 앞으로 국가 대사는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윤석열 후보의 반응은 한마디로 충격적이었다. 윤 후보는 한 행사장에서 홍준표․유승민 후보를 거론하면서 “정치판에 들어오니 이건 여야가 따로 없다”면서 검찰총장 할 때는 칭찬하더니 지금은 자신을 공격하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토했다. 심지어 민주당과 손잡고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윤 후보의 이 발언을 하나씩 따져보고 싶지만 그럴만한 가치도 없다. 왜냐하면 검찰총장 할 때의 윤석열과 대선주자로 나선 윤석열은 이미 시간과 공간이 다를뿐더러 평가할 기준과 범위도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지금 자신이 검찰총장인지 아니면 대선후보인지도 모른단 말인가. 심지어 자신에 대한 공격을 민주당과 손잡고 있다고 말했다. 근거가 있는가. 아니면 자신에 대한 비판은 모조리 민주당과 연결돼 있다는 말인가. 명색이 대선 후보가 어찌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뿐이 아니다. 윤석열 후보의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서 자신과 대검 고위 간부들과의 관계를 이재명과 유동규의 관계로 비유하자 “이게 도대체 야당 대선 후보가 할 소리인가. 이런 사람이 정권교체를 하겠냐”며 강한 톤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런 발언은 한마디로 대선을 향해 경쟁하고 있는 동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야당 대선후보가 할 소리인지 아닌지, 정권교체를 할 사람인지 등은 윤 후보가 평가할 문제가 아니다. 그건 국민과 당원들의 몫이다.

하나만 더 짚어보자. 윤석열 후보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자신을 공격하는 동료 후보들을 강하게 비난하면서 “정권을 가져오느냐 못 가져 오느냐는 둘째 문제이고,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것이 맞다”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동료 후보들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불과 3개월여 전에 자신이 택한 정당의 해체까지 언급한 것이다. 과유불급이다. 당이 싫으면 자신이 떠나면 될 일이다. 피눈물을 쏟아내며 오랫동안 국민의힘을 지켜온 당직자들과 당원들을 향한 모독도 이보다 더할 순 없을 것이다.

윤석열의 정신머리 발언에 대해 홍준표 후보는 “뻔뻔하고 건방지기 짝이 없다”며 ‘못된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했다. 유승민 후보는 “뭐가 두려워서 등 뒤에서 칼을 꽂느냐”며 TV토론회에 나와서 당당하게 말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지율이 조금 나온다고 해서 정치가 우습게 보이며, 국민의힘이 윤 후보 발밑에 있는 것 같으냐고 맹폭을 했다. 또한 유 후보는 대선 본선에서 “이재명에게 탈탈 털리고 당에 치욕을 안길 윤석열 후보로는 필패”라고 주장했다. 이쯤이면 이제 국민들도 알 만큼 알게 됐을 것이다. 누가 진짜이고, 본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를 말이다. 국민과 국민의힘 당원들이 화답할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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