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유(原乳) 가격 인상폭을 놓고 낙농가와 우유업체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9일 양측이 다시 만나 협상을 시작한다. (사진제공: 연합뉴스)
낙농가 “정부 정책‧사료값 상승으로 인상 절실”
유업체 “소비자 부담 커져 더 이상은 불가능해”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3년 전 원유가 인상 문제로 팽팽히 맞섰던 낙농가와 우유업체가 올해 또다시 원유 인상가격 협상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의 중재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이번 사태의 원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낙농육우협회는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을 정부의 정책과 상승한 사료값에서 찾는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 한미 FTA 체결 등으로 유제품의 수입관세가 낮아졌다. 혼합분유, 탈지분유 등의 수입량이 실제로 많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낙농가의 어려움이 장기적으로 예상됐다.

제과업체 등 관련 업계가 국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수입산 유제품을 사용하면서 국산 분유는 재고가 누적됐고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국내 잉여 생산량에 대한 궁여지책으로 낙농가에 쿼터를 부여해 생산량을 제한했다.

실보다 득이 많다고 평가된 한EU FTA의 경우도 탈지분유·전지분유 외 조제분유와 치즈·버터 등에 대한 무관세 물량을 할당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낙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이다. 낙농가는 쿼터를 초과한 생산분에 대해 제값을 받지 못하는 데다 수입 사료의 가격이 올라가면서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2000년대 초 1만 가구가 넘던 농가가 계속 감소해 현재는 6000여 가구에 불과하다”며 “지난해에 500여 농가, 올해 상반기에만 400여 농가가 폐업했다”고 낙농가의 어려운 현실을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민주당 김영록 의원은 지난 7일 보도자료를 통해 “2008년 대비 사료가격이 27%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낙농단체가 주장하는 173원 인상은 오히려 낮다”고 밝혔다. 또 그는 “우유업체가 원유 1리터를 구매해 흰우유를 만들고 출고하는 가격은 현재 1442원인데 반해 마트나 대리점 등에서는 2180원에 판매되고 있다”며 “우유대리점이나 대형마트에서 남기는 유통마진이 738원으로 51.5%에 달한다”고 말했다. 유통업체가 취하는 이윤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낙농가 측은 “값싼 수입 혼합분유로 만든 제품들은 이윤이 많이 남겠지만 국내산 1등급 원유 1리터가 고작 800원인 것은 너무하다”며 “사료값 상승 등으로 인해 낙농가는 최소 173원을 인상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우유업체들은 원유값 인상이 우유값 인상으로 이어질까 우려된다며 81원 이상은 절대 올릴 수 없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유업체가 지난 3년간 원유값을 동결하고도 소비자가격을 올렸기 때문에 이는 우유업체가 애꿎은 소비자를 볼모로 삼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이번 협상을 놓고 일각에서는 전례를 참고할 때 원유 상승폭의 2~3배 가격 인상이 불 보듯 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앞서 김영록 의원은 2008년 120원 원유가격 인상 시에도 제조업체의 출고가는 236원이나 뛰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우유업계 한 관계자는 “원유가격이 최소 81원 인상될 때 출고가격은 100원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되며 소비자가에는 81원의 3배 정도가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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