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을 11일 3대혁명 전시관에서 개막, 김정은 당 총비서가 기념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2021.10.12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을 11일 3대혁명 전시관에서 개막, 김정은 당 총비서가 기념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2021.10.12

김정은, 첫 국방발전전람회 연설

북한 열병식 대신 전람회 배경엔

무력과시와 ‘정상국가’ 이미지 강화

 

“우리 주적 南‧미국 아냐”… 수위 조절

남측 군비 증강 경계심… 경쟁 우려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일을 기념해 열린 첫 국방발전전람회에서 국방력 강화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또 ‘이중태도 문제’ ‘대북적대시정책 철회’ 등과 함께 최근 자주 언급됐던 내용이라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을 재확인한 수준이라는 평가지만, 특히 남측 군비 증강 사례를 조목조목 지적하는 등 경계심을 드러내 관심이 모아졌다.

이를 두고 지난달 15일 군 당국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등 전략 무기 공개에 놀란 북한이 우리 측의 무기 개발에 긴장하는 등 상당히 의식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전람회, 열병식 못지않은 국력시위”

조선중앙통신은 12일 “조선노동당 창건 76돌을 맞으며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이 10월 11일 3대혁명전시관에서 성대히 개막되었다”면서 김 위원장이 개막식 기념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국방발전전람회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전람회는 우리 국가가 도달한 국방과학, 군수공업의 경이적인 발전상과 그 눈부신 전망을 과시하는 일대 축전”이라면서 “오늘의 성대한 전람회는 대규모 열병식에 못지않은 일대 국력 시위로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실제로 전시장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6형’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5ㅅ형’ ‘북극성-1형’, 극초음속 미사일 등 최신 무기를 한데 모아놓고 군사력을 과시했다.

북한이 대규모 열병식 대신 새로운 전람회 형식을 택한 배경에는 저강도 무력시위와 함께 정상국가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많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정은 정권이 내세울 수 있는 건 군사적 성과밖에 없다. 치적에 대한 홍보를 통해 내부결속을 하고 한미 당국에는 무력시위 ‘압박용’ 메시지”라면서 “나아가 서구 사회에서는 열병식을 잘 하지 않는다. 전체주의 이미지 등 때문인데, 우리의 군 전시회 등을 따라하려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진단했다.

북한의 국방전람회가 오는 19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우리 군의 ‘2021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 행사 ‘따라하기’라는 설명이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을 11일 3대혁명 전시관에서 개막 김정은 당 총비서가 공로자에게 표창장을 수여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2021.10.12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을 11일 3대혁명 전시관에서 개막 김정은 당 총비서가 공로자에게 표창장을 수여하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2021.10.12

◆남북, 군비경쟁 본격화하나

또 남측을 향해서는 이중기준 철폐, 미국에는 대북적대시정책 철회를 재차 요구하며 국방력 강화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올해 초 당 대회 때와는 달리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다”라며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도 보였다.

주목할만한 점은 남측의 스텔스 전투기와 고고도무인정찰기 도입, 신형 미사일 개발 등을 일일이 언급하며 견제 의식을 내비친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남한이 미사일지침을 개정한 이후 탄두개발, 사거리 제고 등 미사일 능력을 향상하고 잠수함 전력 강화, 전투기 개발 등 공격용 군사장비 현대화 시도에 전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가 넘을 정도로 노골화되는 남조선의 군비 현대화 시도”라거나 “과도한 군사적 비만증”이라고도 했다.

북한이 남측의 무기 개발을 의식하는 듯한 기류는 한미 당국 간 외교 기조 변화에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속 양측 간 이해관계와 맞물려 우리 군의 국방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 북한을 자극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15일에는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한 SLBM의 잠수함 발사 등 공개를 통해 군사력을 증명한 적도 있다. 남북 간 군비 경쟁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문 센터장은 “우리 군의 무기 개발보다는 북한은 8차 당 대회 때부터 공언한 계획대로 가고 있다”면서 “남측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최근 몇 차례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는데, 이후에도 자기들 시간표대로 무기 개발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이 연설에서 국방력 강화를 당의 핵심 정책이자 목표라며 “우선 강해지고 봐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을 11일 3대혁명 전시관에서 개막, 김정은 당 총비서가 기념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2021.10.12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을 11일 3대혁명 전시관에서 개막, 김정은 당 총비서가 기념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202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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