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
고성윤 한국군사과학포럼 대표.

한 달 여 지났지만 아직도 후반기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한미 양국의 부정적 평가와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남북 통신선을 제멋대로 끊었다 이었다 하는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빌미로 '주한미군철수'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4년 정부가 나서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를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온 터라 뒤통수 맞은 격이다. 차제에 정부의 막연한 기대나 ‘굴종적’ 저자세에 대한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남북 통신선 재복원만 해도 그렇다. 당·정·청 모두 한 목소리로 남북이 신뢰회복 가도에 들어선 듯 지나치게 반색한 바 있다. 그런데 현명한 국민들은 지난 세월 북한의 약속 파기를 수없이 학습한 터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아무튼 김여정 부부장의 연합훈련 관련 경고성 담화에 순응한 모양새로 연례적 방어훈련조차 규모를 축소한 정부다. 또 다른 문제점도 여과 없이 노출되었다. 통일부는 물론 정보기구 수장인 국정원장까지 나서 연합훈련 중단이나 연기를 촉구해서다. 대통령도 연합부대 예비훈련 중 급히 소집한 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신중히’ 협의하란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미군병력이 입국한 상태이고 양국 지휘관 전술토의 진행 중에 일어난 일이라 군통수권자가 연례적 훈련을 혼란케 한 모양새다. 그러다보니 김여정의 다음 ‘청구서’는 연합훈련 영구중단은 물론 ‘우리민족끼리’ 종전선언도 하고 평화협정을 맺어 유엔사 없애고 미군철수 하자란 요구를 담을 것이란 비난도 나오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두 눈 부릅뜨고 경계해야 할 것은 김정은의 궁극적 목표로 이는 김일성-김정은의 유훈이기도 하다. 유엔사와 미군 없는 한반도를 만들고 궁극적으로 핵무기와 120만 대군의 무력으로 한반도를 접수하는 일이다. 전쟁기획안에 남한 내 토착간첩과 종북 불온분자를 앞세워 ‘內戰’ 상태로 몰아 ‘조선반도’ 장악이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판단된다. 본심이 그러니 김정은은 중국 눈치 보는 한국을 일본과 이간질하고 한미동맹에서 빼내 손쉬운 상대로 만들고자 혈안인 것이다. 그러니 대화하고 선 제재완화로 북 핵폐기를 견인하겠다는 정부의 ‘희망적 관측(wishful thinking)'은 김정은에게 가당치도 않다.

지금도 김정은의 선의와 통 큰 결단만을 기대하니 참으로 딱한 정부란 생각이다. 북한에 있어 신뢰구축은 힘이 부칠 때 이용할 위장평화전술의 수단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북한 비핵화를 견인하고자 뜻을 모았던 국제공조도 느슨해진다. 북한이 바라는 대로 남남갈등은 증폭되고 있으며, 한·미는 물론 한·일간에도 상호간 신뢰가 전례 없이 떨어진 상태다. 반면에 북중러 3국 관계는 순항중이다. 중·러 양국은 유엔 안보리에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을 낼 정도다. 최근 중국은 북한의 제재위반 실태를 담은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보고서 작성도 반대할 정도다.

9월 27일 종전선언조건으로 연합훈련 영구중단을 요구하는 김여정의 담화가 또 나왔다. 지난 한 달 유엔제재는 물론 우리 정부를 비웃듯 거침없이 극초음속미사일 뿐만 아니라 신종 순항미사일, 열차 발사 탄도미사일, 신형 반항공미사일에 의한 신종병기 도발을 일삼는 북한이다. 더 이상 한미연합훈련을 협상 지렛대로 이용해선 안 된다. 지렛대 효과는커녕 반복되면 기정사실화 되어 연합훈련조차 북한의 허락을 받는 상황으로 전락할 수 있다.

북 핵위협 무력화(無力化)를 위해 연합작전계획에 따라 주요국면 실기동훈련과 모의훈련을 병행한 입체적 훈련으로 전비태세를 갖추도록 내년 훈련부터는 정상화되어야 한다. 나아가 북한 비핵화를 견인할 대북 압박 및 협상력 제고 차원에서 쿼드 참여와 함께 ‘한미일 연합훈련’ 카드를 전략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임기 5개월 남은 문재인 정부가 마지막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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