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에게 찬사와 꽃다발을 던지고/ 우레 같은 박수를 보내주던 인사들/ 오늘은 멸시의 눈초리로 혹은 무심히/ 내 앞을 지나쳐 버린다/ … 청춘을 바친 이 땅/ 오늘 내 머리에는 용수가 씌워졌다(노천명 시인의 ‘고별’ 시 중에서).’

황해도 출신인 노천명 시인(1911~1957)은 일제강점기인 1932년, 21세의 나이로 문단에 데뷔한 천재시인이다. 노 시인은 해방 전후와 민족의 비극인 6.25전쟁을 거치면서 고단한 삶 속에서도 사슴, 5월의 여왕 등 주옥같은 작품들을 발표했지만 일제강점기와 전쟁 난리통에 보인 그의 행동으로 인해 전후(戰後) 주홍글씨를 달고 한 많은 인생을 마감한 비운의 시인이다. 그를 보면 업적에 대해 아무리 한때 박수받고 지지받았어도 시대적 평가가 다름을 알 수가 있다.

역대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에 대한 평가도 이와 같다. 재임시는 최고 지도자로 평가받은 것 같지만 임기가 끝나면 주홍글씨로 바뀌고 용수가 씌여진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최고 권력을 향한 정치인들의 행태는 심한데 요즘과 같이 여야가 대통령 경선 주자 확정을 앞두고, 상대당 주자를 향해 공격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같은 당 경선 주자에게 인신공격성 발언 등은 보면 정도가 아니라는 판단을 많은 국민들이 가질 것이다. 그 맥락에서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의 막말 또는 험담은 이미 정평이 나 있으니 정권교체에 걸림돌로 우려되기도 한다.

홍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로 당내외에서 비판 받고 있다. 그는 “도대체 범죄공동체를 국민과 각 당의 당원들이 지지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올렸는데 아무래도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경기지사와 국민의힘 경선 주자인 윤석열 전 총장을 동시에 견제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면서 같은 당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해서는 “야당 후보(윤 전 총장 지칭)는 장모·부인·본인이 전부 조사를 받아 자칫하면 감옥으로 가야 한다”는 말까지 하면서 “이래서 어떻게 대통령 선거를 치를 수 있겠냐. ‘범죄 대선’이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홍 의원의 ‘윤, 범죄공동체’ 발언에 윤 전 총장과 캠프 측이 대응에 나선 것은 당연하다.

캠프 수석부대변인은 ‘조국수홍(조국 전 장관을 수호하는 홍준표)’이라는 당내외의 비난 교훈을 몰각하고 “막말병은 세월이 흘러도 결코 고쳐지지 않는 불치병이란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하면서 “홍 후보는 대한민국을 세탁기에 돌리겠다는 말을 종종 하는데 자신의 머리와 입부터 세탁하기 바란다”고 작심 비판을 한 것이다. 인과응보(因果應報)가 있다고 했거늘 자신의 과거 행정은 생각 않고 당내 경쟁 주자 헐뜯기는 국민의 힘 입장에서도 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판이니, 다음 대선에서는 정권교체를 원하고 있는 국민여론이 높다고 하지만 제1야당의 이런 작태로는 요원하다. 국민의힘의 아귀다툼 행태로는 정권교체는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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