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 새해가 밝은 가운데 이동통신3사에는 남다른 한해일 것으로 비춰진다. 바로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이통3사는 5G 시대에 맞춰 올 한해 미래먹거리를 하나둘 찾고 나설 전망이다.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 2019.1.3
지난 2019년부터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천지일보=손지아 기자] ‘LTE의 20배로 빠른 5G’ ‘28㎓ 기지국’ ‘진짜 5G’ 등 5G 서비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키워드들이 익숙할 것이다.

5G 서비스는 상용화 전 LTE보다 20배 빠르다는 홍보 문구로 정부와 이동통신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바 있다. 다만 상용화 선언 후 사람들이 서비스를 직접 사용해보면서 이는 과대 홍보였다는 것이 드러났고 이용자들은 실망했다.

LTE 대비 20배 빠르다는 5G는 28㎓ 대역의 기지국을 구축해야만 구현할 수 있는 ‘최대’ 속도다. 이마저도 ‘이론상’ 가장 빠른 속도일 뿐이다. 단말기, 콘텐츠, 기지국 셋 다 갖춰지지 않은 상용화 초기는 물론 현재까지도 말 그대로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이 같은 이유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를 대상으로 이달 1일 진행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단연 5G와 관련된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작년에는 의원들이 5G 서비스 품질은 저급한데 요금제의 가격대는 비싸다는 문제를 지적하고 더 빨리 5G 기지국을 설치하라는 주문을 했다면 올해에는 ‘5G 정책 방향’ 자체를 수정하라고 입을 모았다.

1년 만에 이같이 지적의 방향이 바뀐 데에는 이유가 있다. 정부가 이동통신사와 추진한 5G 정책의 목표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말 기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구축한 28㎓ 5G 기지국 수는 연말까지 의무 구축해야 하는 목표치의 0.35%(161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과기정통부는 이동통신 3사를 독려해 28㎓ 기지국을 서둘러 구축하라고 종용하고 있다. 또 국정감사 직전 서울 2호선에서 ‘진짜 5G’를 실증했다는 사실을 공개해 사람들로 하여금 진짜 5G 즉 LTE의 20배 빠른 5G 서비스를 곧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어넣기도 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과기정통부는 국감장에서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구축하지 못할 서비스를 ‘보여주기식’으로 선보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은 “20배 빠른 5G가 가능한 것도 아니면서 왜 이통사에 (기지국을) 구축하라고 강요하냐. 왜 가능하지도 않은 서비스를 실증해서 국민이 기대하게 만드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도 “차라리 연내 5G 28㎓ 기지국 구축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한 이통사에서 주파수를 다시 회수하고 (주파수) 할당 대가를 돌려줘 그 돈으로 3.5㎓ 대역을 더 구축하게 하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에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한국의 5G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답하며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또 의원들이 5G 정책 방향을 수정하고 이용자들에게 서비스의 수준을 정확히 고지하라고 했지만 임 장관은 28㎓를 완전히 포기할 순 없으며 아직 올해 시간이 남았으니 그 이후에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정부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은 가운데 통신사들도 28㎓에 크게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다. 생태계가 덜 구축된 시장에 눈독 들일 이유도, 여유도 없기 때문이다. ‘탈(脫)통신’을 이뤄줄 ‘노다지’ 신사업에 앞다퉈 투자하기 바쁘다. 게다가 이들은 처음부터 28㎓는 B2C보다 B2B에 적합하다는 입장을 관철해온 바 있다.

이 같은 5G 실상과 현주소를 서비스를 소비할 대상인 국민이 가장 잘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와 통신사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통신 서비스의 품질을 관리·감독해야 할 소관 부처가 품질조사·실증 등으로 생색내며 자화자찬만 할 것이 아니라 이용자 구제와 손해 방지에 힘을 써야 한다. 초기에 과대 홍보된 부분을 인정하지 못한 채 유예기간을 달라고 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아울러 5G를 반면교사 삼아 6G 등 차세대 기술을 상용화할 때는 과대 홍보를 지양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보장할 수 있을 만큼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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