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ㆍ전라도 이어 수도권도 밤부터 영향권
서남해안 여객선 통제ㆍ항공편 결항 속출
제주서 2만 가구 정전ㆍ600년 고목 부러져

(전국종합=연합뉴스) 8월의 첫째 휴일인 7일 오후 제9호 태풍 '무이파'가 빠른 속도로 북상하면서 제주도와 전라남북도에 이어 수도권지역도 밤부터 본격적으로 영향권 아래 놓이게 돼 각 지방자치단체가 비상근무에 돌입하는 등 전국이 긴장하고 있다.

기상청은 오후 9시를 기해 전라남도, 흑산도ㆍ홍도, 제주도, 광주광역시, 서해 중부 먼바다, 남해 서부 전해상, 제주도 전해상에 태풍경보를 내렸다.

태풍주의보 발효 지역은 서울특별시와 인천광역시, 경기도, 대전광역시, 충청남도, 전라북도, 서해5도 등이다.

해안지방을 중심으로 충청남도와 전라남북도 지방에는 폭풍해일경보가, 인천시, 경기도 안산시, 시흥시, 김포시, 평택시, 화성시, 서해5도, 경상남도 창원시, 하동군, 통영시, 사천시, 거제시, 고성군, 남해군, 제주도, 인천광역시 등에는 폭풍해일주의보가 각각 발효됐다.

오후 6시 현재 태풍 '무이파'는 목포 서남서쪽 약 230km 부근 해상에서 시속 22km의 속도로 북진하고 있다.

현재 제주도와 전라남도에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고 있으며 전라남도와 지리산 부근에는 강한 비가 내리고 있다.

◇여객선ㆍ항공기 발 묶여= 이날 오후 3시를 기해 태풍이 가장 근접했던 제주에는 순간 최대풍속 38m의 강한 바람과 함께 6∼9m의 높은 파도가 일어 부산, 목포, 인천 등을 잇는 6개 항로의 여객선과 서귀포시 모슬포∼마라도 등 3개 항로의 도항선 운항이 통제됐다.

또 목포항을 출발하는 21개 항로 42척을 비롯해 여수항과 완도항 등 전남지역 항구를 기점으로 하는 모두 56개 항로 89척의 여객선 운항이 전면 통제됐다.

전북과 충남에서도 도서지역을 오가는 각각 5∼6개 항로의 여객선 운항이 전면 중단됐고, 이날 늦은 밤부터 8일 오전 사이 태풍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천은 섬 지역을 오가는 전체 12개 항로 18척의 운항을 통제하고 연안부두, 영종도 등지로 선박을 대피시켰다.

제주공항에는 태풍 영향으로 오전 8시55분 이후 항공편 244편이 모두 결항해 관광객 3만여명의 발이 묶였다.

광주공항에서는 오전 7시 김포공항으로 출발한 대한항공 등 3편을 제외하고 광주에서 서울과 제주를 오가는 12편의 왕복 항공편 운항이 모두 취소됐다.

인천공항은 오후 5시30분 기준 인천과 푸둥ㆍ항저우ㆍ우한 등 중국 동남부를 오가는 항공기 9편이 결항됐고 오후 9시30분까지 총 25편의 항공기 결항을 예상했다.

김포공항은 이날 오후 9시까지 하루 평균 운항편인 900편 내외(국내선 기준)의 2/3를 훌쩍 넘는 총 623편의 항공기가 결항할 것으로 내다봤다.

◇태풍 영향권 제주ㆍ광주 피해 속출 = 태풍이 강타한 제주에서는 곳곳에서 전선이 끊어지거나 부러진 나무가 전선을 덮쳐 서귀포시 대정읍 등지에서 2만여 가구가 10분∼1시간가량의 정전사태를 빚었다.

오후 1시26분께 제주시 동초등학교 4층의 조립식 건물 골조가 강풍에 떨어져 인근 전신주 3개가 기울어졌다.

또 제주시 동광초등학교 교차로 신호등을 비롯해 도내 21개소의 교통신호등 27개가 강풍에 부러졌다.

서귀포시 토평동에서는 '검은여 해안길'의 콘크리트 포장도로 10여m가 파도에 파손됐다.

새벽에는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항에 피항 중이던 바지선 거원호(1천320t)가 계류용 밧줄이 끊어지면서 1.6㎞가량 떠내려가 용머리해안 모래밭에 얹혔지만, 배에 탔던 박모(43)씨 등 2명은 해경에 의해 무사히 구조됐다.

오후 2∼3시께 서귀포시 대정읍 운진항과 안덕면 사계항에서 태풍을 피해 정박했던 남군호(0.99t)와 창일호(0.37t)가 높은 파도에 전복됐다.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민속마을에서는 천연기념물 제161호인 수령 600년 된 팽나무가 밑동부터 부러지면서 조선시대 관아인 일관헌(日觀軒ㆍ제주도 유형문화재 제7호)을 덮쳐 건물이 반파됐다.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든 광주ㆍ전남 지역에서도 지역에 따라 많은 비와 함께 강한 바람이 불면서 피해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광주 남구 진월동에서 한 상가의 간판이 떨어지는 등 광주지역에서 50여건, 전남 목포ㆍ해남ㆍ강진 등지에서 가로수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간판이 추락하는 등 전남지역에서 40여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광주에서는 날이 어두워지면서 점차 바람이 강해져 추수기가 가까워진 벼와 과일 등 농작물 피해, 비닐하우스 붕괴 등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많은 비가 내린 한라산과 지리산에는 입산이 통제됐고, 제주ㆍ충남ㆍ전북도 내 모든 해수욕장도 피서객들의 입욕을 막고 있다.

◇지자체 등 긴장..비상근무 돌입 = 인천시와 10개 구ㆍ군은 태풍이 예보된 6일 오후 8시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 총 271명의 직원이 비상근무에 나섰다.

이들은 해수욕장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주의 방송을 하는 등 태풍에 사전대비하고 있다. 특보가 발효되면 태풍의 크기와 규모, 호우 양상에 따라 인원을 증강해 단계별 비상근무로 전환할 예정이다.

해양경찰청도 이날 오전 8시를 기해 본청과 서ㆍ남해지방청, 산하 10개 경찰서가 2단계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가 조정통제ㆍ구조대응ㆍ방제대응ㆍ해양안전 등 8개반을 구성해 태풍에 대비하고 있다. 일선 파출소와 출장소에서는 전체 직원의 2분의 1이 비상근무를 하며 항만과 방파제 일대 순찰활동을 강화했다.

충청남도 역시 이날 오전부터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고 비상근무 인원도 오후 2시를 기해 17명에서 46명으로 확대했다. 홍수통제소와 수자원공사, 농촌공사 등 관계기관들도 합동으로 홍수대책반을 꾸려 비상대기하고 있다.

제주도는 전체 공무원의 20%인 1천여명에 대해 비상근무령을 내려 태풍 피해 최소화에 나서고 있다.

전남도는 이개호 행정부지사 주재로 재해 관련 실과장이 참석한 가운데 상황판단회의를 갖고 부서별 조치사항을 점검, 태풍 북상에 따른 관련 공무원의 비상근무와 영산강ㆍ섬진강ㆍ탐진강 유역 홍수비상기획단을 운영하도록 했다.

특히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서면서 노약자나 어린이는 외출을 삼가줄 것을 홍보하고 산사태 위험지구와 급경사지, 저지대, 상습침수지역, 노후가옥 등에 대한 시설물 점검도 벌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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