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일녀 기자]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물가가 올라도 당장 나라가 망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화유동성 문제는 (잘못되면) 나라를 망하게 한다”며 은행권 외화유동성 확보에 대한 발언 수위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소집한 긴급 간부회의에서 이같이 발언하고, 실무진에 강력한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7일 전해졌다.

당국의 강력한 주문이 잇따르자 은행들도 외화표시 채권을 발행하고 기존 외화차입의 만기를 연장하는 등 채비를 갖추고 있다.

김 위원장은 외환위기의 시발점이 되는 은행의 외환건전성을 금융당국이 철저히 단속해야 외화유동성 문제로 비화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덧붙였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은행들이 아무리 우리는 괜찮다고 해도 절대 믿지 말라. 내가 세 번이나 속았다”며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정부에 손을 벌리는데, 그런 은행의 최고경영자(CEO)는 가만두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에 버금가는 상황을 가정한 외국인 자금 유출 추정액과 비상 외화자금 조달계획 등을 마련하도록 지시한 데 대해 일부 은행들이 “지나친 걱정”이라며 반발하는 것을 의식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그가 ‘은행에 세 번 속았다’는 것은 옛 재정경제원 외화자금과장을 맡았던 1997년, 옛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을 맡았던 2003년, 옛 재정경제부 1차관을 지냈던 2008년 금융위기를 말한다.

한편 16개 국내은행의 중장기차입 차환율(만기연장비율)과 단기차입 차환율은 지난 6월에 이어 7월에도 상승, 외화차입에 아직 큰 어려움은 없는 상태라고 금감원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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