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강부길 한국안전보건기술원 대표. ⓒ천지일보 2021.10.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강부길 한국안전보건기술원 대표가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건설 현장의 발주자 의무에 대해 법으로써 명시된 부분이 있어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2021.10.5

강부길 한국안전보건기술원 대표 인터뷰

내년 1월 법 시행 앞두고 노·사 양측서 실효성 두고 불만

“안전 방면에선 합리적… 건설업계에 구조적 해결책 제시”

“재해 예방 위해 ‘발주자’의 의무점검 및 처벌 강화해야”

“안전관리자 인식 개선돼야… 사후 아닌 예방 위한 직업”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이 오는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법의 실효성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에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장에선 실무를 당담하는 전문가의 의견은 어떨까. 본지는 강부길 한국안전보건기술원 대표를 찾아 시행을 당장 4개월 앞둔 중대재해법의 실효성에 관해 물어봤다.

◆“핵심은 ‘발주자 의무’ 법에 명시”

강 대표는 “중대재해법은 한계가 명확하지만, 고용노동부가 이를 제대로 집행할 수 있다면 현장의 안전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대재해법이 모호하다는 논란을 두고 “법률이 이 이상으로 구체적으로 변하는 것도 무리”라며 “논란이 많은 법이지만 안전을 관리하는 실무자의 입장에선 꽤나 합리적인 법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대재해법에 업계구조를 이해하고 ‘구조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부분이 있다”면서 “특히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건설업 현장’에서 실효성을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법에는 산업현장에서 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원청이 하청에, 하청이 2차 하청에 작업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형적 수익구조와 안전 책임 떠넘기기를 없애겠다는 취지다.

강 대표에 따르면 산업재해는 주로 수익배분과 안전에서 취약한 하청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중대재해법은 원청인 시공사가 이를 방관하지 못하도록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발주자의 의무를 법으로써 규정하고 있다.

강 대표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선 이미 ‘건설공사발주자’에 대한 의무사항을 명시해 놓고 있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다”며 “법 집행처인 노동부가 이를 제대로 감찰하는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건설 현장에 자금을 대주는 발주자가 건설 현장의 안전을 위해 공사 기간을 늘리겠다고 마음만 먹는다면 산재 사망자는 지금보다 크게 줄어들 것”이라면서 “중대재해법에는 발주자라고 명시되진 않았지만, 사업대표, 중앙지방자치단체장, 지방공기업장 등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의 의무에 대해 명시돼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강부길 한국안전보건기술원 대표. ⓒ천지일보 2021.10.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강부길 한국안전보건기술원 대표. ⓒ천지일보 2021.10.5

◆“안전관리자 인식 전환 급선무”

강 대표는 “다만 발주자 의무 이행에 앞서 현장에 모든 안전 책임을 ‘안전관리자’에게 묻는 관행에 대해선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에 대해선 노동부 직원들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개념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설 현장에는 현장소장 등 현장을 관리하는 ‘관리감독자’와 안전 사항에 대해 관리감독자에게 지도·조언하는 ‘안전관리자’가 있다. 통상 관리감독자가 산안법상 안전보건의 주체 임에도 불구하고 노동부에선 현장의 안전관리자에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다.

또 안전관리자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안전관리자와 관리책임자의 의무에 대해 혼동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과실치사를 받는 안전관리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안전관리자도 고용되는 입장이라 조언·지도를 할 순 있지만 강제할 순 없다”면서 “조치사항을 집행할 책임은 현장의 관리책임자나 발주자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강제력이 없는 안전관리자만 처벌한다면, 현장에서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관리자들의 노력이 빛을 잃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지난 6월 있었던 ‘광주 철거 붕괴 참사’도 “발주자가 그 의무를 다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고 표현했다. 현장을 감독해야 할 발주자 측의 감리자가 현장을 비웠고, 하청에서 무리하게 철거를 진행한 결과가 중대재해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는 “중대재해법에선 경영자와 함께 현장의 발주자도 그 의무를 지켰는가에 중점을 두면 재해로 죽는 사람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강부길 한국안전보건기술원 대표. ⓒ천지일보 2021.10.5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강부길 한국안전보건기술원 대표. ⓒ천지일보 2021.10.5

◆“중·소 건설사, 법 시행 대비해야”

강 대표는 “중대재해법의 한계는 명확하지만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는 이상, 대상이 되는 기업들은 이를 지키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대재해법은 내년부터 시행되지만 통상 사고가 가장 많은 ‘5인 미만’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고, 5인 이상의 대상이 되는 대다수의 중견 및 중소형 건설사가 중대재해법에 무방비한 상태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대형건설사와 달리 중견 및 중·소형 건설사들의 문제는 잘 부각되지 않는다”면서 “안전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 준비하지 않는다면 중대재해법도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안전을 위해선 즉각적인 변화 외에도 구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장에선 단순히 안전 규칙과 관리 감독만 늘리면 안전해질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다만, 안전법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도 사망자 수가 줄지 않았던 것처럼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실질적인 안전관리를 위해선 관리적 방법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위험 요소를 대체·제거하거나 기술적으로 제거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적용해야 한다”면서 “안전관리자는 이를 현장에 맞게 적용할 수 있도록 보좌 및 지도·조언해 주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리 같은 안전관리자의 역할은 사후 관리가 아닌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것”이라며 “산업현장에서 사고를 막기 위해 경영자에게 지도·조언을 해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으니, 우리를 현장에서 지적만 하는 사람이라고 보지 말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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