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중국전문 대기자
지난달 23일 저녁 8시 38분경(현지시각) 중국 저장(浙江) 성 항저우(杭州)에서 출발한 고속열차 D3115호가 푸젠(福建) 성 푸저우(福州)로 가던 중 원저우(溫州)남역에 진입하기 전에 중국 철도부 발표에 의하면 벼락을 맞아 동력을 상실해 별안간 멈췄다. 그런데 베이징을 출발해 푸저우로 향하던 고속열차 D301호가 중간지인 원저우 남역으로 진입하던 중 앞에 멈춰있던 고속열차를 추돌하는 특대형 고속철도 인명사상 사고가 났다. 현재까지 211명 부상에 39명 사망이 확인됐다.

중국 중앙정부도 민심 이탈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신속하게 보도하고 있다. 당일 사고시에는 짤막하게 보도하더니, 24일에는 특별보도프로그램을 만들어 1시간 이상 현장취재 내용과 사고 이후 처리과정에 대해 상세하게 보도했다. 중국이 자체기술로 만들었고 세계에서 가장 긴 구간에서 운행하고 있고, 지난달 1일 공산당 창당 90주년을 맞이해 350㎞로 빨리 달리는 열차도 개통했다고 보도한 직후 일어난 사고이기에 중국 정부도 크게 당황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신속하게 보도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왠지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고 원인에 대한 분석보도는 크게 다루지 않았다. 다만 사고 후 재빨리 소방대가 출동해서 사상자를 구했다든지, 적지 않은 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각 병원에서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중·경상자들의 이송과 가족들을 위로하면서 돕고 있다는 내용들이 보도됐다. 중간중간 사고 현장을 생방송으로 연결하기도 하지만 관계 당국을 비판하는 보도는 들리지 않는다. 사고 후 그 지역 주민과 관계자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사고처리를 하고 있다는 다소 과장된 긍정적인 보도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그렇지만 이번 사고는 여러 가지 정황을 놓고 봐도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人災)의 요소가 있다고 보인다. 먼저 천둥 등 벼락으로 고속열차가 멈춘 것은 어쩔 수 없었다면 뒤이어 달려온 고속열차가 멈추지 않고 추돌하는 것은 제대로 운행되는 고속열차가 있는 나라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자동제어시스템(ATC)이 마비되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고이다. 세계 최고 수준을 목표로 개통하고 운행한 중국 고속철도 안전대책이 취약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번 사고가 있기 전에도 세계에서 최장 고속철도로 개통된 베이징∼상하이 간 구간에서 개통 10여 일 만에 3건, 그리고 지금까지 총 6건의 크고 작은 기술적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특대형 인명사상자 사고가 발생하니 “조화로운 사회(和諧社會)”를 주창해온 후진타오 정부를 곤경에 빠지게 만들고 있다. 그동안 잘 처리되고 있다고 보도하더니, 특히 해외에서 비판이 크게 일어나서 그런지 중국 국무원이 특별조사팀을 조사해서 현지에 파견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한다.

중국 독자적인 기술로 고속철도를 만들었다고 과시하면서 해외에 ‘특허신청’까지 했었다. 먼저 고속철도를 만든 독일 일본에서는 중국 고속철도가 기술 안전면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계속적인 의구심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들의 의구심이 현실화되어버렸다. 체면을 중요시 여기는 중국인 입장에서는 이번 사고로 그렇게 자랑하던 고속철도가 문제가 생겼으니 할 말이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국정부의 입장에서는 흔들릴 수 있는 민심이 걱정될 소지가 있다. 공산당 창당 90주년을 맞이해 대대적인 체제홍보와 공산당위업을 내세우는 상황에서 찬물을 부어버리는 악재가 예상치 못하게 생겨 버린 것이다.

중국답게 지난달 25일부터 발 빠르게 현장복구만 하고 고속철도는 운행이 재개됐다. 계속되는 연속보도는 이제 뉴스에서 쉽게 나오지는 않을 성싶다. 우리나라에서 27일에도 이와 관련 뉴스가 나오지만 당사국에서는 잦아들 걸로 예상된다. 매년 10%를 상회하는 고속성장이 모든 면에서 자신감을 주었고, 땅에서 달리는 것 중 제일 빠른 것을 독자기술로 만들었다고 자랑하면서 세계인의 부러움을 자아내었던 세계에서 가장 긴 노선을 갖고 있는 중국 고속철도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그러나 옛날 같으면 치부를 드러내지 않고 보도통제만 혈안이 되었던 중국도 이제는 제한된 범위에서 외국기자도 접근시키고 자체보도도 한다는 것은 눈여겨볼 만한 사항이다. 이것도 긍정적인 시각에서 보면 사회연결 체제불안과 부끄러움도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비판도 적절히 완충을 시키면서 받아들이는 걸로 봐야 한다.

“분명 중국 언론도 과거와 같이 앵무새가 아님을 보여주고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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