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최대 낙폭, 화학株 5.35% 급락
엔화 약세전환도 하락 부추겨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국내 증시가 외국인의 매도공세에 힘없이 무너져내렸다. 코스피가 사흘간 무려 154포인트 가까이 떨어져 2,010선대로 밀렸다. 이런 급락세가 이어진다면 심리적 지지선인 2,000선도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다.

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47.79포인트(2.31%) 내린 2,018.47에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3월23일 이후 최저치다. 2,050선에 형성된 200일 이동평균선과도 크게 멀어졌다.

코스피는 사흘 연속 2% 이상 하락해 153.84포인트나 빠졌다. 코스피가 3거래일 만에 이 정도로 하락한 것은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0월23일부터 3거래일 동안 188포인트 하락한 이후 처음이다.

최근 사흘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사라진 시가총액도 무려 86조4천479억원에 달한다.

지수는 0.91포인트(0.04%) 내린 2,067.17에 출발해 오전 장중 2,071.03까지 오르며 반등하는 듯했으나 오후 들어 급락하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했다.

코스피의 이런 흐름은 간밤 미국 정부가 3차 양적 완화에 나설 수 있다는 보도에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0.89% 오르고 일본 닛케이지수도 반등한 것과는 뚜렷이 대조됐다.

이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공포감이 아직 가시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동양종금증권 조병현 연구원은 "특별히 새로운 악재가 등장한 것도 아닌데 코스피가 급락했다.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김성봉 연구원은 "손해를 무릅쓰고 매도하는 투매 현상이 나타난 것 같다. 기술적 반등 영역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되는데 투매에 동참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행이 이날 외환시장에 개입해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인 것도 엔화 강세로 국내 기업들이 누려온 반사이익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를 부추겼다.

외국인은 4천406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기관도 1천205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저가매수에 나서 4천725억원을 순매수했다.

하지만 연기금이 355억원, 우정사업본부 등 국가지자체가 포함된 기타투자자가 866억원을 순매수해 연기금이나 기타투자자가 추가급락시 공격적인 매수에 나설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 외국인이 장 마감 동시호가에 순매도 규모를 823억원 가량 줄여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다소 약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줬다.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 1천825억원 순매도, 비차익거래 784억원 순매수로 전체적으로 1천41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다수 포함된 화학 업종이 5.35%나 급락하며 지수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투자증권 김재중 연구원은 "화학 업황이 좋은데도 급락한 것은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불안감 속에 그간 집중된 투자분이 한꺼번에 빠져나갔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계(-3.67%), 서비스업(-3.44%), 운송장비(-3.03%)도 3% 이상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음식료품(1.05%), 통신업(0.81%), 은행(0.52%) 등 내수 업종이 오르긴 했으나 상승 폭은 작았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대부분 하락했다. 8.41%나 하락한 S-Oil[010950]을 비롯해 SK이노베이션[096770](-7.98%), LG화학[051910](-7.45%) 등 화학주의 낙폭이 컸다.

현대차[005380](-2.34%), 기아차[000270](-3.04%), 현대모비스[012330](-3.04%) 등 현대차그룹주도 급락세를 이어갔다.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도 1.44% 하락했다.

시총 상위 10위권 종목 중에서는 양호한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신한지주[055550](1.73%)만이 상승세를 보였다.

코스닥지수도 오전 장중 반등하더니 하락세로 돌아서 9.84포인트(1.85%) 내린 522.07을 기록하며 장을 마쳤다.

아시아 증시는 혼조세를 보였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0.23% 오른 9,659를 기록했지만 대만 가권지수는 1.65% 하락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1.30원 오른 1,061.70원에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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