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0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자 TV토론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자당 후보끼리 정책 사안과 현안 문제를 두고 벌이는 논쟁은 치열하다. 토론장에서 후보들은 어떻게 하든지 자신의 능력 등 강점을 보이면서 상대 후보에게는 어려운 질문을 해 말문이 막히도록 하는 것을 하나의 전략으로 삼고 있다. 특정 사안이 후보의 공통 관심사가 되기도 하지만 다른 정책을 내놓은 경우 그 정책의 흠결을 교묘히 파고들어 당황케 만들기도 한다.

민주당의 경우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향한 질문과 견제가 많고, 국민의힘에서는 지지도에서 앞서가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견제가 매우 심한 편이다. 최소한 대통령이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까다로운 질문이 쏟아지곤 하는데, 지난 26일 열린 국민의힘 제3차 TV토론회에서 홍준표 의원이 윤 전 검찰총장에게 한 안보에 관한 질문을 두고 여진이 따르고 있다. 토론이 끝난 뒤 윤 전 총장 캠프 측에서는 “홍 의원이 작계(작전계획) 50××에 대해 공개된 자리에서 토론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직격했다. 이에 홍 의원은 “작계 5015는 대통령이 될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할 안보 상식”이라고 대응하고 나섰다.

토론회에서 발단은 질문 주도권을 가진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에게 ‘작계 50××’를 따져 물으면서 시작됐다. ‘작계 5015는 한미연합사령부가 전시에 하는 대북계획’이라 했고, 이어 ‘대통령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나?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질문한 것이다. 그러자 윤 전 총장이 “제가 대통령이라면 한미연합작전을 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 대통령과 먼저 통화하겠다”고 답했던바, 홍 의원은 “작계 5015로 되면 미국 대통령하고 이미 협의가 끝나 (통화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 했고, “북한이 남침하기 전에, 북의 핵미사일이나 발사 징후가 가장 커질 때 먼저 핵미사일 발사지점을 타격해 성공하고 참수작전으로 들어가는 것”임을 주장했다. 이 말끝에 “대통령의 자리는 순간적인 결심, 판단이 나라의 미래를 좌우한다. 그런 측면에서 대통령 되시려면 공부를 더 하셔야 되겠다”고 윤 전 총창 면전에서 비난했는데 정작 모범 답안은 홍 의원의 주장이 아니었다. 안보전문가들은 홍 의원의 이러한 질문과 주장에 대해 부정확한 지식에 기반한 잘못된 질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 중에서는 “작계는 연합사령관 차원이고, 대통령은 작계에 따라서가 아니라, 상위 차원에서 전쟁 개시를 결정한다. 즉, 대통령이 전쟁 개시를 결정하면 작계가 가동하는 것”이라며 “양국 수뇌가 동의해야 전쟁개시로 들어가기 때문에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겠다’는 윤 전 총장의 얘기는 틀린 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작계에는 참수작전이 없는데 질문 자체가 잘못됐고, 원칙적으로 작계 내용은 비밀이라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군사 2급 비밀인 작계를 공개자리에서 논의한다는 자체가 부적절하며, 대통령이 취해야 하는 절차는 3급 비밀로 분류돼 있어 대통령이 암기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 더군다나 엉터리 지식으로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체하면서 타 후보에게 ‘공부를 더 하라’는 식으로 후보 인격을 무시하는 독불장군식 태도는 대선 경선 후보자로서 전혀 바람직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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