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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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이 화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1일 UN총회장에서 세 번째로 종전선언을 천명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불과 7시간 간격으로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먼저 외무성 이태성 부상은 ‘시기상조’라고 말하고 이어 김여정 부부장은 ‘흥미 있다’고 말해 문재인 정부를 흥분시켰다. 첫 번째는 대미용이고 두 번째는 대남용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이번에는 중국도 종전선언의 당사자로 지목해 중국 역시 흥미로웠을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평화협정에 올인하고 미국·한국·북한이 참여하는 ‘한국전쟁 종전선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은 ‘군사적 위협이 제거되지 않은 종전선언은 무의미하다’며 ‘진정한 의미의 종전은 비무장지대 병력을 감축하고 북한이 핵무기를 제거해야 가능하며 검증 또한 뒤따르는 긴 과정’이라고 설명했다고 미국의 소리(VOA)가 최근 전했다.

지난 5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할 경우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추진됐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는 주장을 전한 VOA는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종료될 경우 미국, 한국, 북한 3국이 함께 한국전쟁 종전을 선언하길 바란다”는 구상이라고 규정했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주한미군 철수와 평화협정은 ‘대한민국 사형 서명’이라고 했고,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도 “단순 성명에 불과한 종전선언은 실질적으로 어떤 것도 변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종이 한 장에 단순히 한국전쟁이 공식적으로 종결됐다고 명시하는 것은 전쟁의 위협을 실질적으로 제거하지 않는다(If it’s just a paper declaration that the war is officially over, then it won’t make any change at all on the ground…)”는 설명도 피력했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구체적으로는 한국과 북한에 배치돼 있는 병력을 줄이거나 철수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진정한 의미의 종전선언이라고 지적했다”며 “비무장지대(DMZ) 인근에 집중돼 있는 한국과 북한의 병력을 점진적으로 감축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내용의 합의가 포함돼야 군사적 위협을 제거하는 진정한 의미의 종전선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의 종전선언 집착과는 달리, “미국의 관점에서 충족돼야 할 요건들도 있다”며 VOA는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의 “미국이 종전선언에 참여하기 위해선 첫 번째로 북한의 핵무기가 제거돼야 하고 두 번째로는 북한 병력이 대규모 감축돼야 하는데(Number one, the nuclear weapons have to be removed from North Korea)”라며 “여기에는 생화학 무기와 방사능 무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재래식 병력도 대규모 감축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전했다. 그는 “세 번째 요건은 적대 행위를 멈춰야 하는데 이는 곧 북한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미국을 적이라고 규정하며 비난하는 적대적 행위의 중단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체제 안전 보장뿐 아니라 주한미군 주둔의 정당성 또한 없애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며 “북한이 미-북 회담에 앞서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에 미-북 회담 직후 미국, 한국, 북한이 함께 종전을 선언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비무장지대를 진정한 ‘비무장지대’로 전환하기 위해선 실제로 병력이 감축 또는 재배치됐는지에 관한 실제 확인 작업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는 매우 긴 과정”이라고 지적했다며, 과거 유럽에서 장기간 군축과정과 종전선언을 예로 들었다.

반면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 핵 특사는 종전으로 가고 정상적 관계로 가는 데에 첫 단추(There is a whole lot that goes into normal relations and that would be consistent with the end of armistice…)라는 취지의 의견을 표했다. 문제는 종전선언 당사국 지정도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북한은 대한민국을 배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전협정 조인 당사국이 아니라는 이유로 말이다. 멀고도 먼 종전선언은 하루빨리 이뤄질수록 좋지만 지금은 시기상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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