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지난 6월30일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같은 달 29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2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김여정 부부장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조선중앙TV 갈무리) 2021.06.30.
[서울=뉴시스] 지난 6월30일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같은 달 29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8기 2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김여정 부부장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조선중앙TV 갈무리) 2021.06.30.

김여정, 이틀 연속 담화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 언급

북한 훈풍에 신중론 또한 많아

美외교 기조 변화에 北실리 관측도 

통일부 “의미 있어”… 통신선 복원부터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남북 간 상호존중 유지를 조건으로 문재인 정부를 향해 관계복원의 속내를 내비쳤다.

김 부부장이 이틀 연속 담화를 내고 종전선언은 물론 남북정상회담까지 거론하는 등 잇따른 유화 손짓에 문 대통령의 임기 말 남북‧북미 관계 개선 등 한반도 평화 시계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김여정 “상호존중 시, 남북정상회담 논의”

김 부부장은 전날 저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담화에서 “의의 있는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되는 것은 물론 북남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 북남수뇌상봉과 같은 관계 개선의 여러 문제들도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라고 전제했다.

또 “어제 담화 발표 이후 남한 정치권을 주시했다”면서 “경색된 북남 관계를 하루 빨리 회복하고 평화적 안정을 이룩하려는 남조선 각계의 분위기는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역시 그 같은 바람은 다르지 않다”고도 했다.

김 부부장은 하지만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만이 비로소 북남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이중 기준’과 적대시 정책, 적대적 언동 등이 없어야 한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또 “조선반도 지역에서 군사력의 균형을 파괴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제부터 반복해서 언급한 이중잣대는 남측이 한미 연합훈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국방비 증대 등을 자위권 차원이라고 밝히면서 자신들의 순항·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군사력 과시는 도발로 규정짓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김 부부장은 전날 담화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추진’ 제안에 대해 시기와 조건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며 “적대적이지 않다면 얼마든지 관계 회복과 발전 전망에 대한 논의를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대화하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대화하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남북관계 개선 물꼬 트이나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을 고리로 한 남북대화 돌파구 모색이라는 대북 구상에 김여정 부부장이 화답한 셈인데, ‘하노이 노딜’ 이후 급격히 얼어붙었던 한반도 정세에 훈풍이 불어올지 관심이 쏠린다.

물론 북한의 그간 행태를 고려하면 언제 돌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신중론 또한 만만치 않다. 실제로 대화 교착의 근본적 원인인 비핵화 방법론을 둘러싼 북미 간 이견은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영변 핵시설 재가동 징후까지 포착된 상태다.

더욱이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이더라도 이를 계기로 북한이 우리 정부와 미국에 한미 연합군사훈련 취소와 주한미군 철수 등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어 상황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북미 간 중재자를 넘어 ‘당사자’ 역할, 즉 주도적으로 현 정세를 풀어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외교 기조가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급격히 선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아프가니스탄 철군이 대표적 사례다.

아울러 현실적으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자국 내 산적한 현안으로 신경 쓸 여력이 없는데다가 미중 갈등 속 파이브 아이즈 참여 등 한국의 지분 참여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남북협력에 대한 지지 의사를 수차례 밝혔고, 중국 역시 내년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평화의 제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과 함께 남북미중도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이 올림픽에서 앞서 열린 평창올림픽을 넘어선 구심적 역할을 할 개연성이 커 보인다.

코로나19 봉쇄와 대북 제재로 인한 심각한 경제난 등 내부적인 어려움이 해법 찾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많은데, 그보다는 북한도 변화하는 국제 정세에 발맞춰 실리를 택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도보다리 산책 회담을 마친 후 돌아오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천지일보 2018.4.27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도보다리 산책 회담을 마친 후 돌아오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천지일보 2018.4.27

◆靑 반기면서도 신중 기류

현재까지 청와대는 북한의 담화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의 호응은 환영할만하지만,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본 뒤 대응하겠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북한이 앞서 지난 7월 단절된 지 13개월만에 남북 통신연락선을 전격 복원했다가 하반기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반발로 불과 2주만에 통신선을 다시 차단하고 나선 것도 신중론을 펴는 이유다. 당시 통신선 복원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었던지라 비판의 목소리도 그만큼 많았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행간을 잘 살펴보면 그렇게 볼 수가 없다”면서 “이중기준을 절대로 넘어갈 수 없다고 했는데, 말만 달랐지 올해 1월 8차 당 대회에서 내세운 조건과 달라진 게 없다. 남북정상회담을 전면에 내세우는 등 긍정적인 모양새로 포장하지 않았나 싶다”고 진단했다.

또 “임기 말 문 대통령의 평화프로세스의 불씨를 살리려는 속내를 악용해 한미동맹 이간, 남남 갈등, 핵보유국 지위 등을 확보하려는 교란전술일 수 있다”면서 “말려들어가서는 안된다. 나아가 남측 대통령을 향해 ‘막돼먹은’이라는 표현을 이틀 연속 반복해 사용한 것도 문제가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남측에 대한 불만을 구실삼아 북한은 남북 통신선 차단 등 언제든지 강공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말도 덧댔다.

26일 통일부는 일단 김 부부장 담화를 “의미 있게 평가한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뒤, 이를 위한 가장 우선 과제로 남북 통신선 복원을 제시했다.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 간 관계 개선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는 통신선이 신속하게 복구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남북 통신연락선의 조속한 복원과 함께 당국 간 대화가 개최돼 한반도 정세가 안정된 가운데 여러 현안들을 협의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통일부가 평일 오전과 오후에 1차례씩 정기통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북측의 응답은 없는 상황이다. 통신선 복원이 남북관계 개선의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김 부부장의 담화를 계기로 북측이 반응하고 나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9.2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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