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전략목표기획서·국방중기계획 등 12회 누설
"사관학교 선후배 등 활용 정보수집"…25억 챙겨

(서울=연합뉴스) 전직 참모총장이 포함된 공군 출신 인사들이 세계 최대 방산업체인 미국의 록히드마틴사(社)에 군사기밀을 넘겨오다 적발됐다.

특히 이 중에는 공군참모총장을 지낸 인사까지 포함돼 군 고위 지휘관 출신들의 도덕적 해이와 안보 불감증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진한 부장검사)는 공군의 전력증강 사업과 관련, 군사기밀을 록히드마틴에 누설한 혐의(군사기밀보호법 위반)로 공군참모총장 출신인 무기중개업체 S사 대표 김모(81)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S사는 록히드마틴의 국내 무역대리점이다.

김씨는 공군사관학교 2기 출신으로 5공화국 때인 1982~1984년 공군참모총장을 지내다 예편한 뒤 1995년부터 S사를 운영하며 군수산업에 종사해왔다.

또 S사 전 부사장 이모(62.예비역 공군대령)씨와 이 회사 상무이사 송모(60.예비역 공군상사)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어떤 기밀 유출됐나 = 검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2004년부터 작년 초까지 합동군사전략목표기획서(JSOP), 국방중기계획 등 공군 전력증강사업과 관련한 2-3급 군사기밀을 12차례에 걸쳐 록히드마틴에 넘겼다.

이들이 넘긴 기밀에는 우리 군이 북한 내부의 전략 표적을 정밀 타격하기 위해 도입을 추진 중인 합동원거리공격탄(JASSM) 수량과 예산, 장착 전투기 배치 장소 등을 기록한 문서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전투기에 탑재돼 주·야간 표적을 탐지·식별하는 야간표적식별장비나 다목적 정밀유도 확산탄, 중거리 GPS 유도키트의 도입수량과 시기 등이 기재된 회의자료도 넘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수수료 25억원 챙겨 = 록히드마틴은 이들로부터 받은 자료를 우리 공군을 상대로 한 마케팅에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우리 공군의 무기도입 계획 등을 미리 파악해 자사 무기의 장점을 소개하는 설명회를 열거나 방위사업청에 제출하는 사업제안서 작성 등에 참고했다는 것이다.

실제 록히드마틴사는 지난해 방사청으로부터 야간표적식별장비 도입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김씨 등이 이런 식으로 군사기밀을 넘기고 록히드마틴사로부터 챙긴 수수료는 2009년과 2010년 총 25억원에 달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들은 기밀 내용을 회의자료 형식으로 만들어 록히드마틴 직원들과 국내 또는 해외에서 마케팅 회의를 할 때 직접 전달하거나 이메일로 건네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록히드마틴 직원 3명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지만 이들은 군사기밀인지 몰랐다고 주장하는데다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어 불입건했다고 설명했다.

◇기밀 어떻게 수집했나 = 검찰은 이들이 공군사관학교 선후배 관계 등 공군 내부의 친분을 활용해 방사청 등의 실무자로부터 기밀을 빼낸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김씨 등은 해당 내용이 인터넷이나 방사청에서 공개된 자료라 기밀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회의 자료를 만든 것은 맞지만 직접 건넨 적은 없고 이메일로 보낸 적도 없다며 누설 혐의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런 기밀이 누설되면 공군이 확보해야 할 주요 군사력 노출로 해당 무기 또는 장비의 도입 효과를 약화하거나 무력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누구보다 안보의식이 투철해야 할 군 고위 지휘관 출신 인사가 사업상 목적으로 군사기밀을 누설한 것은 심각한 안보 불감증과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사 전문가들도 무차별적인 군사기밀 누수 현상에 우려를 표시했다.

국방전문지 디엔디포커스의 김종대 편집장은 "무기도입 계획 등은 사전에 공개되는 경우가 많아 이의 유출로 인한 안보 우려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이번에 유출된 JSOP처럼 기획단계에 있는 문서는 우리 군의 전력방향을 알 수 있게 하는 것이어서 유출 시 국가안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비록 부분적으로 공개된 형태의 문서라 하더라도 이를 유출하면 국가안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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