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수 진영 목회자들의 정치밀착 행보가 최근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고 조용기 목사 빈소를 찾은 국민의힘 대선예비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 등이 안수기도를 해 논란이 됐다. 사진은 당시 안수기도를 하는 목회자들의 모습. (출처: 크리스천투데이 유튜브 캡처)
한국 보수 진영 목회자들의 정치밀착 행보가 최근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고 조용기 목사 빈소를 찾은 국민의힘 대선예비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 등이 안수기도를 해 논란이 됐다. 사진은 당시 안수기도를 하는 목회자들의 모습. (출처: 크리스천투데이 유튜브 캡처)

김장환 목사 등 유명 목회자들
故조용기 원로목사 빈소에서
윤석열 전 총장에게 ‘안수기도’
故 조 목사, 남경필에 기도 전력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한국 개신교의 정치밀착형 행보가 최근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 15일 고(故) 조용기 목사의 빈소에 방문한 국민의힘 대선후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보수 성향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단체로 안수기도를 하는 사건이 터지면서다.

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현역 정치인에게 개신교 유명 목회자들이 공개적으로 안수기도를 한 것 대해 교계 안팎에서는 ‘한국 개신교가 얼마나 정치에 관여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비난이 나온다. 

교계 매체 크리스천투데이가 공개한 동영상에 따르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마련된 고(故) 조용기 목사의 빈소에 방문한 윤 전 총장에게 극동방송 이사장 김장환 목사의 주도로 명성교회 원로 김삼환 목사, 사랑의교회 담임 오정현 목사, 예장백석 총회장 장종현 목사, 예장합동 총회장 김종준 목사,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 이영훈 목사 등이 윤 전 총장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안수기도를 했다.

이들은 윤 전 총장에게 예수를 믿으라고 했다. 김 목사는 “윤 전 총장이 외도하다가 지금 다시 하나님 앞에 붙잡힌 것”이라며 “하나님을 믿어야 돼”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오 목사가 대표로 나서 한 기도 일부 내용은 이렇다.

”하나님 아버지, 우리 윤석열 믿음의 가족 되기 원합니다.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지켜질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어 주시며 대통령 후보로서의 모든 만남과 지혜와 명철을 일깨워 주시사 한국교회를 위해 귀하게 쓰임받도록 우리 민족의 역사를 새롭게 하도록 주님, 함께하여 주시옵소서 국민들의 마음을 얻게 하기를 원하며 솔로몬의 지혜로 일깨워 주옵소서.“

윤 전 총장은 “네”라고 답했다. 

◆비난 쇄도… 목사조차 “지나치게 정치적” 

목회자 사이에서는 이번 안수기도 사태에 대해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 흘러나온다.

진보 성향 개신교 단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P목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참 어이 없는 일”이라며 “지나치게 정치적이다. 고인을 추모하는 곳에서까지 정치인에게 축복 기도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외 온라인커뮤니티 등에는 ”개신교가 얼마나 정치에 관여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천주교 성직자가 저랬으면 바로 회부되거나 경고받는다” “교회는 종교가 아니라 종교를 가장한 정치집단”이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故조용기 목사도 정몽준·남경필 안수기도

교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유명 목회자들이 신앙을 결부시켜 특정 정치인 지지를 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故조 원로목사 역시 생전 당시 서울시장 후보였던 새누리당 정몽준 후보와 남경필 경기지사 후보의 당선을 위한 안수기도를 한 사실이 알려진 바 있다.

2014년 교계 전문 매체 뉴스앤조이는 조 목사가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찾은 정몽준, 남경필 후보를 교인들에게 소개한 후 “하나님이 우리나라에 복 주시려고 좋은 인물들을 많이 보내주셨다. 감사하다”며 “나와 두 후보는 좋은 친구 사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 목사 소개를 받은 두 후보는 자리에서 일어나 교인들에게 인사했고 교인들은 우렁찬 박수로 그들을 맞았다.

예배 후 조 목사와 두 후보는 원로목사실로 자리를 옮겼고 조 목사는 이 자리에서 두 후보의 어깨를 잡고 안수기도를 해줬다. 조 목사는 “선거에서 승리하게 될 줄 믿는다. 많은 표가 이들에게 모이게 될 줄 믿는다”고 기도했다.

◆역사 그 자체가 ‘정교유착’  

이번 안수기도 사태로 한국 개신교의 정권밀착형 행보는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사실 국내 개신교 보수진영은 그간 보수 정권에 힘을 보태 한국사회 기득권층을 형성하며 정치 권력과 하나 되는 행태를 보였다.

특히 보수 개신교의 친권력적 행보는 “한국교회는 이미 정치화된 권력집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교인과 국민으로부터 한국교회가 외면받는 주요인이 됐다. 

한국교회 보수진영의 노골적인 정치 행보는 역사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이번 안수기도를 주도한 김 목사의 경우 박정희 군부정권 시절 군부정권의 유신체제를 찬양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목회자들이 뭉쳐 ‘구국십자군’까지 결성했다.

군사 쿠데타로 차지한 정권에 대해 미국의 시각이 좋지 않자 영어가 능했던 김 목사 등이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대미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또 박정희 정권이 삼선을 할 수 있도록 삼선개헌도 지지했는데 이 지지자들이 규합해 만든 단체가 바로 오늘날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다. 한기총은 수년간 정권을 등에 업고 한국교회 보수진영을 대변해온 교회 연합기관이다.

◆국민 과반수는 ‘정교분리’ 지지 

보수 개신교가 정치적 행보를 보일 때마다 사회에 파장이 거셌다. 이는 국민 대다수가 정교분리 원칙을 지지하는 우리나라 정서와도 연관이 있다.

실제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는 종교인의 정치 참여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이 지난 2012년 정교분리(정치와 종교의 분리)와 관련한 시민의식을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교분리원칙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67.2%의 응답자가 ‘찬성(전적으로 찬성 45.7%, 대체로 찬성 21.5%)’한다고 답했다.

반면 ‘반대(대체로 반대 8.4%, 전적으로 반대 4.5%)’ 의사를 밝힌 이들은 12.9%에 그쳤다. 국민 3명 가운데 2명은 종교인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는 셈이다.

교계 내부에선 목회자들이 정치적 입장을 표하는 것에 대한 찬반이 극명하게 갈린다.

교계 원로인 고신대학교 손봉호 석좌교수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기독교가 정치에 개입할 분야는 인권과 정의 그리고 평화”라며 “종교가 절대 개입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사당(私黨) 정치다. 기독교 전통으로, 교회의 이름으로 한쪽 정당 편을 드는 것을 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한 바 있다.

반면 정원범 대전신학대학교 교수는 예장합동 기관지 한국기독공보 기고에서 “우리 기독교인은 정치, 경제, 사회라는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도록 해야 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기독교인은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며 “성경에서의 최고의 계명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이웃을 사랑하고자 한다면 사람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고,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는 정치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으면서 이웃을 진정으로 사랑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신앙과 정치의 분리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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