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피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 여전해”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미국 정부가 디폴트(채무 불이행)라는 위기를 간신히 넘겼지만 불안한 경기지표가 나타나면서 미국 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2일(현지시각) 미국 상원은 전날 하원에 이어 미국 정치권이 지난달 31일 합의한 부채 관련 협상 타결안을 찬성 74표, 반대 26표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국가 부도 위기를 가까스로 면했다.

하지만 경기둔화 우려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면서 미국 경제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번 부채협상에 따라 정부 지출이 줄어들게 되면 경기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높은 실업률과 저조한 소비심리, 제조업 경기 부진으로 미국 경제가 소프트패치(일시적 경기 침체)가 아니라 더블딥(경기 회복 이후 다시 침체 국면으로 빠지는 상황)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각) 미 상무부는 6월 소비지출이 전월 대비 0.2% 줄어 지난 2009년 9월 이후 첫 감소세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6월 가계소득도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앞서 발표된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1.3%로 시장의 예상치인 1.8%에 못 미쳤다. 지난 1일 미 공급자관리협회(ISM)가 발표한 7월 제조업지수도 50.9로 지난 2009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와 함께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부채 한도 증액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음에도 미국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경고하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무디스는 2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a’로 유지했다. 다만 등급 전망은 장기적인 재정 건전화가 필요하다며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무디스는 이날 성명에서 “미 의회가 부채한도 증액 협상에 합의하면서 국가신용등급 강등은 면했다”면서도 “경제위축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신용등급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인 재정적자 감축 조치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진행되는지가 등급 전망에 중요한 변수라고 지적했다.

피치(Fitch)사도 이날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피치는 그러나 “미국이 Aaa 수준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게끔 믿을만한 부채감축계획을 내놓기를 원한다”며 “이번 달 말까지 계속해서 미 신용등급을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미 경기침체 우려로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에 나서면서 국내 금융시장도 혼란을 겪고 있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긴축기조 체제에 돌입함에 따라 우리나라의 수출·환율시장의 변동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특히 미국 경제의 부침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원화 강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우리나라는 한동안 울고 웃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곽 연구원은 또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지속된다면 신용평가사들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고 전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