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오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마침 올해는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에 가입한지 30년이 되는 뜻 깊은 해”임을 강조한 뒤 “종전선언이야 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이 유엔을 통해, 그리고 글로벌 외교 현장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이번엔 그 무게감이 다르게 다가오는 것은 임기 내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됐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 한다”고 밝혔다.

이번엔 중국이 포함된 것이 눈에 띄긴 하지만, 1953년 정전협정 당사자인 중국을 제외하곤 실효성 있는 종전선언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이에 미국 국방부도 이튿날 “종전선언 가능성에 대한 논의에 열려 있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점도 강조했다. 다시 말하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대전제 하에 종전선언 논의도 열려있다는 얘기다. 이전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냉정하게 말하면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 변화 없이는 종전선언 논의는 어렵다는 뜻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 미 국방부의 입장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무부의 입장도 별로 진전된 것은 없었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어떠한 적대적인 의도도 없으며, 전제조건 없이 만날 준비가 돼 있다”는 원론적인 논평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언급과 이에 대한 미국의 화답을 과잉 해석하는 것은 금물이다. 마치 새로운 변곡점이 생긴 듯 앞서가는 주장이나 행동은 자칫 또 화를 자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막판 뒤집기로 인해 얼마나 많은 비용과 시간이 허비됐으며, 상호 불신과 배신의 비용은 이루 말로 다하기도 어려울 만큼 막대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곤란하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임기 막판에 던진 승부수라고 해서 하나마나한 것으로 폄훼해서도 안 된다. 어쩌면 마지막으로 던진 승부수가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과의 혈맹을, 중국은 한국과의 우의를 담보시켜 낼 수 있다. 북한도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기회에 힘을 실어줄 경우 실보다 득이 훨씬 크다.

그렇다면 남북미중 모두가 큰 돈 들이지 않고도, 큰 위험부담 없이 공동의 이익을 도모하는 축포를 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다음 수순은 행동이다. 우리 정부가 더 신중하고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어떻게 물꼬를 틀 것인지 당장 북한에 특사라도 보낼 의지로 행동에 나서길 바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