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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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19조에서 말하는 양심은 옳고 그름을 넘어서 인생관·세계관·신조 등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마음의 진지한 소리를 말한다고 헌법재판소는 자신의 결정을 통해 거듭 확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양심을 판단함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이 있는데, 이를 보면 진지함과 주관적 판단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의 양심이란 소홀히 할 수 없는 내면의 진지함과 다수의 생각과 다르다는 주관적 관념을 말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먼저 헌법재판소는 헌법이 보호하려는 양심이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함에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허물어지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이고, 막연하며 추상적인 개념으로서 양심이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양심은 민주적 다수의 사고나 가치관과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지극히 주관적인 것으로 사회 다수의 정의관·도덕관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헌법재판소는 양심이란 그 대상이나 내용 또는 동기에 의해 판단될 수 없으며, 양심상의 결정이 이성적·합리적인지, 타당한지 또는 법질서나 사회규범·도덕률과 일치하는지 하는 것은 양심의 존재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양심의 자유가 문제되는 상황은 개인의 양심이 국가의 법질서나 사회의 도덕률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이므로, 헌법에 의해 보호되는 양심은 법질서와 도덕에 부합하는 사고를 가진 다수가 아니라 이른바 소수자의 양심이 되기 마련이라고 한다.

그동안 헌법재판소는 양심의 자유와 관련해 양심의 보호범위에 대해 상당수의 결정례를 남기고 있다. 이를 보면 자신의 범죄를 자인하는 사죄광고를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왜곡으로 위헌이라고 했다. 또한 연말정산을 하기 위해 의사에게 의료비 내용의 제출을 의무화하는 것은 환자의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의료윤리에 반하지 않아 양심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자신의 종교관·가치관·세계관 등으로 전쟁과 그에 따른 인간의 살상에 반대하는 진지한 양심이 형성됐다면 병역의 의무를 거부하는 것은 양심의 결정이라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문을 날인할 것인지 여부에 관한 결정은 진지한 윤리적 결정이 아니므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의 방식으로 날인과 주소를 당사자가 직접하는 것을 형식적 요건으로 요구하더라도 가치적·윤리적 판단과는 직접 관련이 없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했다. 음주측정에 응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진지한 양심적 결정과는 다른 문제로 양심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운전자의 좌석안전띠 착용의무도 양심의 자유에 속하지 않는다고 봤다.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상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의 금지가 자신의 태도나 입장을 외부에 설명하거나 해명하는 행위로 이를 금지하더라도 양심을 왜곡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또한 객관적 사실을 고지할 의무 부과나 단순한 사실의 확인도 양심의 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 외에도 지금은 폐지된 준법서약제도 어떤 구체적·적극적 내용을 담지 않고 단순한 헌법적 의무의 확인·서약에 불과하므로 양심의 영역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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