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9.2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9.22

文임기 마지막 유엔총회 연설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 제안”

전문가 “교착국면 돌파용 차원”

‘방향성 제시’에 의미를 둔 견해도

“긴장 고조 속 北호응 가능성 낮아”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임기 마지막 유엔총회 무대에서 ‘종전선언’ 카드를 다시 꺼내 들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요청했다.

지난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제안한 바 있는 문 대통령이 이번 연설에서는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종전선언을 하자”고 밝혀 훨씬 구체화했다는 평가다.

다자협력을 통해 교착국면을 타개하는 등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인데, 한반도 정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북한의 최근 잇따른 미사일 도발과 영변 핵시설 재가동 징후까지 포착되는 등 한반도 긴장 고조 속 대화 재개 조건에 대한 북미 간 입장차가 여전하고 남북 간 대화 재개 노력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 정작 당사자인 북한이나 미국의 호응을 이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대통령 “종전선언, 한반도 평화 출발점”

문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한국전쟁 당사국들이 모여 종전선언을 이뤄낼 때 비핵화의 불가역적 진전과 함께 완전한 평화가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문 정부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의 입구에 종전선언을 두어야 한다는 확실한 생각을 하고 있고, 이를 여러 차례 공식 석상에서 밝혀왔다.

종전선언은 ‘평화협정’과 달라서 정치적인 선언일 뿐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전쟁 당사자들이 국제사회에 전쟁의 종식을 공식 선언한다는 점에서 평화협정으로 가기 위한 입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지난해 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를 여는 문”이라며 우회적으로 ‘종전선언’을 제안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에는 아예 선언 주체를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으로 구체화해 발표했다.

이날 중국이 종전선언 주체로 처음 거론됐는데, 최근 왕이 국무위위원 겸 외교부장이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과정에서 중국과 사전에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또 우리와 미국이 그간 유엔 총회 연설 전에 대북 메시지를 서로 조율해 왔다는 점에 비춰보면, 종전선언과 관련해서도 미국과도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바이든 대통령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진지한 외교를 추구한다”며 우리 정부와 기조를 같이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9.22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제공: 청와대) ⓒ천지일보 2021.9.22

◆다시 종전선언 꺼내든 이유는

문 대통령이 임기 내 마지막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재차 꺼내든 것은 끝까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동력을 살려가는 동시에 차기 정부에서도 이어갈 수 있도록 길을 닦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연설에서 “나는 상생과 협력의 한반도를 위해 남은 임기 동안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뚝심을 드러낸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종전선언이 법적구속력을 가진 합의라기보다는 가역적이고 정치적·상징직 선언이라는 점이 근거가 될 수 있다. 고민 끝에 나온 제안이라고 봐진다”면서 “정치적 의미가 강한 종전선언을 우선 시작해 놓고 다음 단계로 ‘비핵화 평화프로세스를 풀어가보자’고 하는 그런 차원의 접근법”이라고 분석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통화에서 “다자 간 협력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다분히 북한에 대한 메시지이자 남북의 유엔 동시가입 30주년이라는 시점도 작동했다”면서 “다만 여전히 현실적 한계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측면에 더 의미를 둬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에 개입하고자하는 중국에는 종전선언이 환영할 만한 일이다. 동계올림픽 성공과도 관련지을 수 있다”며 “하지만 키를 쥐고 있는 미국이 북한의 가시적 비핵화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호응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우리와 기조를 같이하고 있다지만, 미국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3조5000억 달러 인프라 투자 법안의 의회 통과를 요구하며 부자 증세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3조5000억 달러 인프라 투자 법안의 의회 통과를 요구하며 부자 증세에 관해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만장자와 억만장자가 교사나 소방관보다 더 낮은 세율로 세금을 낸다"라며 “대기업과 초고액자산가는 공정한 몫의 세금을 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북한, 호응할 가능성은

문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에 더해 기존의 대북 제안들을 정리해 모두 담아냈다. 지난 2019년 유엔총회에서 밝혔던 전쟁 불용·상호 안전보장·공동번영 등 3원칙을 다시 천명했고, 작년에 제안했던 ‘동북아시아 방역·보건 협력체’ 구상도 거듭 밝혔다. 또 남북 대화로 역내 평화를 선도하겠다는 ‘한반도 모델’ 구상도 재차 강조했다.

당사자인 북한이 관심을 가질법하지만, 문 대통령의 제안에 당장 호응해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문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연설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문 센터장은 “북한은 영변 핵시설 재가동 정황에다 순항미사일에 이어 제재 대상인 탄도미사일까지 열차에서 쏘아 올리는 등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면서 “현실적인 상황이 녹록치 않다. 물론 중국의 역할론이나 북한의 심화하고 있는 경제난 등 내부적인 어려움이 변수가 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신 센터장도 “북한은 전혀 관심이 없다. 자력갱생 등 내치나 군사력  확대 등 자기들 시간표대로 가고 있다”면서 “문 정부도 임기 내 뭔가를 해보려고 하는 건 좋은데, 현실적으로 효과를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식이라면 상대방 측에게 무시당할 염려 등 간과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문 대통령의 기조연설 때 북한 대표부 자리에는 주유엔대표부 3등 서기관인 김남혁이 앉아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성 주유엔 대사가 아니라 3등 서기관이 와 있었다는 점이 눈길이 쏠렸다.

김성 대사의 연설은 일반 토의 마지막 날인 27일에 예정됐는데, 일단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1차적인 북한의 반응은 김 대사의 연설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정권수립 기념일('9·9절') 73주년인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노농적위대·사회안전군의 열병식과 연회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열병식을 지켜보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광장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북한이 정권수립 기념일('9·9절') 73주년인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노농적위대·사회안전군의 열병식과 연회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열병식을 지켜보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광장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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