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강력한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들어간 은행이 대출 접수 경로를 아예 차단하는 이례적 조치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그동안 은행들은 가파른 가계대출 증가세를 '자율적 규제'로 붙잡으라는 금융당국 압박에 따라 은행들은 우대금리는 지속해서 없애고, 대출 가능 한도도 낮춰 왔다. 사진은 지난 15일 오전 영업을 앞둔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모습. (출처: 연합뉴스)
영업을 앞둔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모습. (출처: 연합뉴스)

가계대출 규제 압박 영향

코픽스 상승률 보다 웃돌아

대출총량 관리 위한 고육책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시중은행들이 최근 2주 동안 대출금리를 0.3%p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이 대출금리의 기준으로 삼는 코픽스(자금조달지수)가 오르고,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규제 압박을 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들이 가산·우대금리 조정을 통해 대출금리를 시장금리보다 더 큰 폭으로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7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2.961∼4.52%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 3일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가 2.80~4.30%였던 것과 비교해 0.161~0.22%p 높아진 것이다.

변동금리가 아닌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도 같은 기간 연 2.82∼4.441%에서 3.17∼4.67%로 상승했다. 최저, 최고금리가 각 0.35%p, 0.229%p씩 상승한 것이다. 1등급 차주에게 1년 만기로 제공되는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 17일 기준 3.10∼4.18%로, 2주 전인 지난 3일(3.00∼4.05%)보다 0.1%p가량 올랐다.

현재 은행권은 대출금리를 시장금리를 비롯한 조달비용을 반영한 지표금리 상승폭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인상하고 있다. 은행들이 주담대 변동금리 지표로 활용하는 코픽스의 경우, 지난 2주간 0.95%에서 1.02%로 0.07%p 상승한 상태다. 최저 0.2%p를 넘는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 오름폭은 지표금리 상승폭의 약 3배에 이르고 있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고정금리는 주로 은행채 5년물 등 금융채 금리를 지표(기준)로 삼는다. 은행채 5년물(AAA, 무보증) 금리는 이달 3일 1.939%에서 17일 2.029%로 2주 동안 0.09%p 높아졌지만, 같은 기간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하단 인상 폭은 거의 4배인 0.35%p에 달했다.

이는 결국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에 따라 가산금리를 더 올리거나 거래실적을 반영하는 우대금리를 줄여 금리를 조절한 것이다. 각 은행은 대출 총량을 관리하기 위해 가산금리 인상, 우대금리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KB국민은행의 경우 불과 약 열흘 사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금리를 0.3%p 올렸다. 특히 지난 16일부터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를 지표금리로 삼는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변동금리(6개월주기 변동)의 우대금리를 각 0.15%p 줄였다. 앞서 3일 같은 종류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변동금리의 우대금리를 0.15%p 낮춘 데 이어 불과 13일 만이다.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7%를 넘어 일찌감치 지난달 24일부터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신규 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한 NH농협은행도 지난 16일부터 신용대출의 우대금리, 주택 외 부동산담보 가계대출의 만기 연장 때 적용하는 우대금리 등을 일제히 0.2%p 낮췄다. 소비자 입장에선 결과적으로 0.2%p 오른 대출금리를 적용받게 된 것이다.

문제는 연말까지 아직 1개 분기(10~12월)이 더 남았으나, 이미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이 금융당국이 제시한 관리목표 5~6%에 임박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 추가 대책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추가 대책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조기 시행과 더불어 전세 대출에 대한 규제가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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