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내전으로 봉쇄된 북부 티그라이 지역의 한 보건소에서 지난주 영양실조 산모와 무게 1.7파운드(800g)밖에 안 되는 신생아가 함께 아사했다.

또 사람들은 수일 동안 푸른 잎사귀만 먹으며 연명하고 있으며 한 구호단체가 활동하는 20여개의 지구마다 주민들이 굶주려 죽어가고 있다고 AP통신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수개월동안 유엔은 티그라이에서 40만 명이 아사 위험에 처했다면서 10년 만에 세계 최악의 기근이라고 경고했다. 에티오피아에서 기근에 직면한 사람 수는 전 세계 나머지 아사 위험자보다 많다.

현재 내부 문건과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지난 6월 에티오피아 정부가 티그라이에 가한 '사실상 인도주의 지원 봉쇄'로 인한 기근 참상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10개월 동안 중앙정부와 티그라이 지방정부(TPLF) 간 분쟁 와중에 벌어진 티그라이인들에 대한 학살과 집단 성폭행, 추방에 더해 봉쇄로 인한 강제 아사가 분쟁사의 새로운 장이 되고 있다. 곡물은 불타고 지역사회가 헐벗은 지 수개월 만에 인재(人災)로 인해 새로운 종류의 죽음이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티그라이의 대표적 지역병원인 아이데르 종합병원의 전 국장인 하옐롬 케베데는 이달 에티오피아 보건부에 전화를 걸어 "당신들이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고 상기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알았다. 우리가 이 문제를 총리에게 보고하겠다"는 말뿐이었다고 한다.

"내가 뭐라고 하겠는가. 난 단지 울뿐이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AP통신에 영양실조로 집중치료를 받고 있는 50명 정도의 어린이 모습을 보여줬다. 이런 사진들은 티그라이에서 지난 수개월 새 처음으로 나온 것이다.

한 사진에서 조그만 아이는 코에 수유용 튜브가 걸린 채 화들짝 놀란 눈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움푹 들어간 성대 주위에는 보호용 부적만 덩그러니 걸려 있다.

의약품은 동났고 병원 직원들은 지난 6월 이후 급료도 못 받고 있다고 하옐롬은 말했다. 600만 주민의 티그라이 다른 지역 상태는 더 열악하다.

이미 8월에 티그라이 중부에서 아사 위험에 처한 사람들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구호단체 보고가 올라온 가운데 뼈만 앙상하게 수척한 사람들의 피부색도 변하고 있다.

에티오피아에는 35만t 넘는 구호품이 쌓여 있지만, 중앙정부에서 티그라이로 가는 길목을 차단해 제대로 전달이 안 되고 있다.

현 긴급 상황에 비춰 볼 때 매일 100대의 구호 차량이 티그라이로 들어가야 하지만 지난 7월 이후 들어간 구호 트럭은 500대가 채 안된다. 구호직원들은 철저히 몸수색을 당하고 식량 배분 중에 피살된 직원들도 20여 명에 달한다.

티그라이는 통신과 인터넷도 안 되고 금융 서비스도 없이 외부와 차단된 '암흑' 상태다. 티그라이 참상을 담지 못하게 하드 드라이브와 USB 플래시 드라이브 같은 것도 에티오피아 중앙정부의 휴대 금지 목록에 올라있다.

에티오피아는 지난 1980년대 분쟁과 정부의 방치 속에 대기근으로 100만 명이 숨진 바 있다.

이번 내전이 티그라이 인접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다시 기근의 위험도 퍼지고 있다. 에티오피아 5세 미만 아동 가운데 30% 가까이가 영양실조라고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밝혔다. 임산부의 영양실조율은 근 80%다.

티그라이 반란군도 자신들이 점령한 인접 지역의 일부 공급로를 차단하고 있지만, 이는 중앙정부의 봉쇄를 풀기 위한 압박조치라고 말한다. 잔혹한 전쟁범죄는 정부군이나 반란군 둘 다 다 저지르고 있다지만 최대 피해자는 티그라이 주민들이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AP에 "에티오피아에서 벌어지는 아사 보고에 경악한다"라면서 에티오피아 정부가 '포위' 상태에 있는 티그라이 지역에 즉각적으로 기초 생필품 공급을 재개하라고 촉구했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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