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면 쓸모있는 종교 상식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고 있어 맘 놓고 모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명절은 반갑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를 포함해 최대 집에서 8인까지 모임이 가능해지면서 지난해에는 방문하지 못했던 본가를 방문하는 발길도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가족이 모여 제사를 지내는 풍경도 올해는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종교사회’인 한국에서는 한 가족이라 하더라도 다른 종교를 갖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추석 등 제사의 형식을 놓고 일부 가정에서는 불화나 다툼이 빚어지기도 한다. 종교마다 다른 문화를 인지해 종교로 인한 마찰을 줄이고 가족간 불화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본지는 추석 명절을 맞아 각 종단의 제사 유래와 의미를 짚어봤다. 

◆유교의 핵심은 ‘孝’ 조상에 감사의 제사 

유교의 핵심은 인간행위의 기본이자 모든 덕의 으뜸으로 삼고 있는 ‘효’ 사상이다. 유교에서 말하는 효의 근본정신은 가장 귀한 생명을 조건 없이 주고 극진한 사랑과 은혜를 베풀어준 부모와 선조에 감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효는 부모 생시뿐 아니라 사후에도 상례(喪禮)와 제례(祭禮)를 통해 “죽은 이 섬기기를 살아계실 때 섬기듯이 함(중용 19장)”이라는 정신으로 이어진다.

유교에서는 이렇듯 조상에게 지극정성으로 드리는 제사를 통해 “신령(神靈)이 흠향(歆饗; 기쁘게 받음)하게 되며 강복(降福; 하늘에서 복을 내리는 일)도 따르게 된다”고 믿는다.

유교 조상제사에는 사당제(祠堂祭), 이제(爾祭), 기제(忌祭) 등이 있는데 형식상 다소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4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첫째 부분은 마음을 집중시키고 신령의 임재(臨齋)를 준비하는 단계로 제사 전 마음을 모으는 제계(祭戒), 음식을 차려놓는 진설(陳設), 신령이 임재하게 하는 강신(降神) 등이 있다.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 한가위 추석을 앞두고 할아버지와 손자, 손녀들이 한자리에 모여 차례상의 음식을 바라보며 우리 풍습을 배우고 있다. (제공: 대전 중구) ⓒ천지일보 2019.9.9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 한가위 추석을 앞두고 할아버지와 손자, 손녀들이 한자리에 모여 차례상의 음식을 바라보며 우리 풍습을 배우고 있다. (제공: 대전 중구) ⓒ천지일보 2019.9.9

둘째 부분에선 효성의 상징적 표현인 제물을 드리면서 흠향을 간청한다. 여기에는 생시와 같이 정성스럽게 음식을 올리는 진찬(進饌)과 술을 바치는 헌작(獻爵) 등이 있다.

셋째 부분은 신령이 제사를 흠향하고 강복하는 의식이다. 신령이 흠향하도록 문을 닫는 합문(闔門)과 다시 들어가서 차나 숭늉을 드리는 헌다(獻茶)와 제물의 일부를 제주(祭主)에게 먹도록 하는 수작(受昨), 신령의 흠향이 끝났음을 알리는 이성(利成) 등이 있다.

마지막 넷째 부분은 신령에 드리는 의식을 끝내는 마무리 의식으로 작별인사를 올리는 사신(辭神)과 서로 축복하면서 제물을 나누어먹는 음복(飮福) 등이 있다.

유교의 모든 제사의식은 자손들이 죽은 이를 생시와 같이 정성껏 섬기려는 효성의 상징적 표현이며, 신령이 감사의 제사를 흠향하게 되면 하늘에서 자손들에게 복을 내려준다.

아울러 신령한 복을 받은 후손의 자세는 “그 복을 독점하지 않고 친척‧이웃과 나누며 더 나아가 삶 자체를 향기로운 제물이 되게 함으로써 신령에 화답하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불교식 추석 차례 “하늘·조상에 예(禮) 올림”

추석날 지내는 차례는 불교 의식에서도 그 뿌리를 찾아볼 수 있다.

‘백장청규(百丈淸規)’란 책에는 차례의 뜻을 ‘한 솥에 끓인 차(茶)를 부처님께 바치고 또 공양드리는 사람이 더불어 마심으로써 부처와 중생이 하나가 되고 또 절 안의 스님과 신자가 같은 솥에 끓인 차를 나누어 마시면서 이질 요소를 동질화시키는 일심동체 원융회통의 의례가 차례’라고 설명해 두고 있다.

불교에서는 “차례(茶禮)는 하늘과 조상에 차(茶)를 올리면서 드리는 예(禮)”라고 강조한다. 일반 차례상에 술이 올라가는 것과 달리 불교 차례에서는 차를 올린다. 

불교식 가정제사 기본 지침에 따르면 차례 상차림은 간소함을 원칙으로 하고 생명존중 의미에서 고기·생선류는 제외한다. 육법공양물에 해당하는 향·초·꽃·차·과실·밥을 올리고 국·3색나물·3색 과실을 갖춘다. 불교 제사는 꽃을 갖춤으로써 육법공양물을 완성하는 의미가 있다.

조계종 추석 다례제의 모습. ⓒ천지일보DB
조계종 추석 다례제의 모습. ⓒ천지일보DB

불교에서 소개하는 가정제사 절차를 살펴보면 ▲영가 모시기-부처님과 영가(靈駕, 조상 영혼) 모심 ▲제수 권하기 ▲불전 전하기(경전 또는 게송 독송) ▲축원(문) 올리기 ▲편지 올리기(영가에 편지 올림-생략 무방) ▲영가 보내기 ▲제수 나누기로 제사를 마치고 나면 가족이 둘러앉아 음복(飮福)하며 조상을 기리고 서로 덕담을 나눈다.

불교식 축원문에는 조상의 살아생전의 삶을 간략히 되새기고 자손들의 화합과 모든 중생의 성불, 하루속히 부처님의 나라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 등이 담긴다.

◆천주교 추석 미사 “형식보다 정성 강조”

천주교에서는 명절이나 탈상, 기일 등 특별한 날에는 가정의 제례보다 위령미사를 우선해 봉헌하도록 한다.

설이나 추석 등의 명절에는 본당 공동체가 미사 전이나 후에 하느님께 대한 감사와 조상에게 대한 효성과 추모의 공동 의식을 거행함이 바람직하다고 가르친다.

2003년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펴낸 ‘상장 예식’에 따르면 차례상에는 촛불(2개)과 꽃을 꽂아 놓으며 향을 피워도 된다.

벽에는 십자고상(十字苦像)을 걸고 그 밑에 조상 사진을 모신다. 사진이 없으면 이름을 정성스럽게 써 붙인다. 이어 성호를 긋고 성가를 부르고 독서(요한복음 등 성서구절을 선택해 봉독하기), 가장의 말씀, 부모·자녀·가정·부부를 위한 기도 등을 거쳐 차례 음식을 음복하고 성호를 긋는 것으로 차례를 마친다.

천주교에서는 추석 등 명절이나 기일에 합동 위령미사를 지낸다.
천주교에서는 추석 등 명절이나 기일에 합동 위령미사를 지낸다.

 ◆개신교는 추석 제사 대신 조상 위한 ‘추도 예배’

개신교는 십계명에서 사람에 대한 계명 중 으뜸인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말씀에 근거해 부모에 대한 효를 강조한다. 그러나 타 종교와 다소 차이가 있다면 죽은 후보다 생전에 최선을 다해 효를 실천하는 것이다.

개신교는 유교나 불교처럼 죽은 혼령에게 제사를 지내진 않지만 죽은 조상들을 위해 기도하며 복을 비는 제사의식의 일종으로 ‘추도(모)예배’가 있다. 성경 로마서 12장 1절에 이것을 영적인 예배로 설명하고 있다.

각 종단의 예법에 따라 드려지는 제사(예배)는 하늘의 예를 올리고 자신들의 잘못과 죄를 뉘우쳐 조상의 명복(冥福)과 극락왕생(極樂往生)을 바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절대자에게 가족의 화목과 복을 비는 예(禮)임을 깨닫고 올해 추석에는 화목한 명절이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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