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시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미치광이'(lunatic)라고 지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 언론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자인 밥 우드워드와 로버트 코스타 기자가 조만간 발간할 저서 '위기'(Peril)에 이런 내용이 담겼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책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을 따랐던 군 장성 출신인 키스 켈로그에게 편안함을 느껴 종종 악담을 하곤 했는데 하루는 김 위원장이 분노의 표적이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켈로그와 회의 도중 김 위원장과 관계에 대해 "나는 '빌어먹을 미치광이'를 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책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제 이 발언을 했는지 구체적인 시기가 나와 있지 않다.

켈로그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총장을 지내다 2018년 4월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은 뒤 올해 1월 트럼프 행정부 퇴진 때까지 이 직을 유지했다.

북미가 2018년 6월 싱가포르 첫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비핵화 협상의 길로 들어서기 전까지 서로 말 폭탄을 주고받은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북한의 계속된 핵·미사일 실험에 맞서 '화염과 분노'를 위협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일컬어 2017년 9월 '리틀 로켓맨(little rocket man)', 11월엔 정신병자를 뜻하는 '병든 강아지'(a sick puppy)라고 조롱했다.

2016년 미 대선 기간 때는 '미치광이'(maniac), '미친 사람'(madman)'이라고도 불렀다.

북한은 2017년 9월 김 위원장이 직접 발표한 성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노망난 늙은이'(dotard)라고 비난했다. 11월엔 '늙다리 전쟁 미치광이', '늙다리 전쟁상인'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미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한 2018년 이후 두 사람은 '러브레터'라는 별칭이 붙은 최소 27통의 친서를 주고받으며 끈끈한 관계를 형성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 대선 정국이던 작년 10월 3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소식이 알려지자 쾌유를 바라는 공개 전문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개인적 '케미'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 제재 해제를 둘러싼 양측 간 이견으로 합의 도출에는 결국 실패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끝날 때까지 비핵화 협상은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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