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김범수 의장 (출처: 뉴시스)
카카오 김범수 의장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김누리 기자] 혁신을 외치며 전진하던 카카오의 발걸음에 빨간 불이 켜졌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그간 제공했던 혜택 대신, 기존 금융권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특히 빅테크를 대표하는 카카오의 경우,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골목상권 침해, 카드사보다도 비싼 수수료 등으로 ‘혁신 기업’ ‘혁신 경영’이라는 명분으로 전형적인 재벌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며 열광을 불러일으켰던 카카오가 왜 갑질, 밉상 아이콘이 된 것일까. 천지일보와 함께 알아보자.

◆카카오, 문어발식 확장에 골목상권 침해?


카카오는 카카오톡과 카카오뱅크 등이 안정 궤도에 오르며 택시, 퀵, 꽃배달, 헤어샵 등 중소상공인의 활동분야로 사업영역을 급속히 확장하며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연속적인 사업 확장으로 카카오의 몸집은 빠르게 커진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반기보고서 기준 카카오의 국내 계열사는 117개로, 해외까지 합하면 총 158개에 달한다.

지난 2015년 카카오 계열사가 45곳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6년 새 약 3배 수준까지 불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카카오가 대리운전, 꽃 배달, 미용실 등 골목상권으로 진출한 후 플랫폼 영향력을 통해 경쟁사를 몰아내고 수수료를 올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부에서는 규제 움직임이 일었다.

◆택시 하나 호출하는데 금액이 5000원?


플랫폼 규제 이슈를 낳은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달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스마트호출’ 요금 인상 발표였다.

그간 카카오모빌리티는 무료라는 혜택을 전면에 내세워 수년간 가맹 택시를 끌어모았으나, 80%에 달하는 점유율로 시장을 장악한 뒤 발톱을 드러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카카오택시는 지난달 택시를 부를 때 승객이 부담하는 콜비를 정액 1000원에서 최대 5000원까지 내도록 ‘스마트 탄력요금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승객들은 다른 대안없이 ‘따블택시’를 부르는 모양새가 됐고, 택시 단체들은 성명서를 내고 “플랫폼 독점기업의 횡포가 극에 달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각종 논란과 거센 반대에 부딪히자 콜비를 2000원으로 낮추겠다는 조정안을 내놨다.

카카오모빌리티 전기 택시. (출처: 카카오모빌리티 홈페이지 캡처)
카카오모빌리티 전기 택시. (출처: 카카오모빌리티 홈페이지 캡처)

◆공정위, 케이큐브홀딩스 문제로 카카오에 칼날 겨눠


이러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가 최근 5년간 제출한 지정자료에서 케이큐브홀딩스 관련 자료가 누락되거나 허위보고된 정황을 포착하고 직권조사에 들어갔다. 대기업집단은 매년 공정위에 계열사·주주·친족 현황을 담은 지정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 자료 허위제출이나 누락이 있는 경우 공정위는 인식 가능성과 중대성을 따져 사안에 따라 고발할 수 있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카카오 지분 10.59%를 보유해 사실상 카카오 지주회사로 여겨진다. 김 의장은 올해 6월 말 기준 카카오 지분 13.30%를 보유 중이며, 케이큐브홀딩스의 보유분을 더하면 총 23.89%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케이큐브홀딩스는 임직원 7명 중 절반 이상인 4명은 김 의장의 친족이다. 김 의장의 부인 형미선씨가 비상무이사로, 아들 상빈씨와 딸 예빈씨도 직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정위는 금융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가 비금융 계열사인 카카오 지분을 보유하며 ‘금산분리’ 규정을 위반했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연내에 위원장을 포함한 9명의 전원회의 안건에 김 의장 제재안을 상정해 제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김부겸 국무총리는 “문어발식 확장을 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게 사실”이라며 “플랫폼 기업이 독점적 재벌들이 하던 행태를 되풀이한다면 감시와 감독이 들어가야 하고 필요하면 강제적 조치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드사보다 3배나 높은 수수료도 문제


이러한 가운데 카카오페이의 수수료율도 카카오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장기화된 4차 대유행으로 자영업자들이 경영난과 생활고를 겪는 가운데, 카카오페이가 영세 소상공인들로부터 받는 결제 수수료율이 카드 수수료율보다 높은 수준으로 책정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카카오페이 가맹점 수수료는 2.0%~3.2% 수준으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0.8~2.3%)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이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수수료율 규제를 받는 카드사들과 달리 빅테크 기업의 경우 수수료에 대한 별도 규정 없이 내부에서 임의로 정하는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소상공인 부담 경감 등의 취지로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3차례에 걸쳐 수수료율을 낮춰왔다. 2018년에는 우대가맹점 적용 범위까지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대폭 확대했다.

반면 빅테크 간편결제 업체의 경우 수수료 관련 정책이 의무화돼 있지 않은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을 적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카드업계에서는 빅테크 기업이 수수료율에 신용카드 수수료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점, 동일한 서비스에 차별된 규제를 받고 있다는 점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강규혁 전국서비스산업노조연맹 위원장이 8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카카오 모빌리티 독점적 지위 횡포 중단 요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강규혁 전국서비스산업노조연맹 위원장이 8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카카오 모빌리티 독점적 지위 횡포 중단 요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백기 든 카카오, 상생방안 내놔


잇달은 비판에 지난 14일 카카오는 골목상권과 상생하겠다며 14일 상생안을 발표했다. 주요내용은 ▲꽃, 간식, 샐러드 배달 중개서비스 등 사업 철수 및 혁신사업 중심의 사업재편 ▲파트너 지원 확대 3000억원의 상생기금 조성 ▲사회적 가치 창출 기업으로 케이큐브홀딩스 전환 등이다.

계열사 중 ‘골목상권 침범’ 논란이 가장 큰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날 먼저 상생안을 발표했다. 먼저 카카오T 앱에서 돈을 내면 택시가 빨리 잡히는 기능인 스마트호출을 폐지한다. 택시기사 대상 프로멤버십 요금은 기존 월 9만 9000원에서 3만 9000원으로 내리고 기업 고객 대상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서비스는 점차 몸집을 줄여 철수한다. 대리운전 중개 수수료는 고정 20%에서 수급 상황에 따라 0~20% 변동제로 바꾸며, 가맹택시 사업자와 상생협의회도 구성할 예정이다.

카카오 공동체 전체로는 5년간 상생기금 3000억원을 마련한다. 이를 통해 플랫폼 종사자, 소상공인과 지속성장을 꾀한다. 케이큐브홀딩스의 경우 미래 교육, 인재 양성 같은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한다. 이 회사에 재직 중인 김 의장의 부인과 두 자녀 등 가족은 모두 퇴사하기로 했다.

◆소상공인·택시업계 “상생안, 눈가리고 아웅”


그러나 이러한 상생안에 대해 소상공인과 택시업계는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몸통은 덮어둔 채 꼬리 자르기로 일관한 면피용 대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소상공인단체와의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카카오의 상생안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김 의장에 대한 제제 절차를 밟고 있고, 국정감사에서 김 의장에 대한 증인 채택 여론까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를 일시적으로 모면하기 위한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카카오는 큰 틀에서 골목상권 논란 사업들을 철수하겠다는 원칙을 밝혔지만 사업 철수가 구체화된 서비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서비스 중 한둘에 불과하다”며 ”카카오가 진정성 있는 상생을 내세우고 싶다면 대리운전과 헤어숍 예약 등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시장에서 즉각 철수하고 여타 골목상권 업종에 대한 무분별한 진출 중지를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은 ”스마트호출 서비스는 적정 수준의 호출료를 받으면 자연히 해결되는 문제인데 이를 폐지한 것은 승객의 선택권을 일반 호출과 T블루 호출로 한정시켜 기존의 유료 서비스 이용 고객을 통째로 T블루 호출로 유입시키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도 ”카카오가 수수료 인하 정책을 펴면 기존 대리운전 회사들이 버틸 수 없어 시장을 독식하게 된다“며 ”기존 대리운전 시장은 카카오보다 수익구조가 열악해 수수료를 20% 이하로 인하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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