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 마련된 자영업자들의 합동분향소를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천지일보 2021.9.17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 마련된 자영업자들의 합동분향소를 찾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천지일보 2021.9.17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백신확보가 주요선진국보다 늦어진 탓에 확산세를 피할 수 없었고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조치는 장기화됐다. 이로 인해 결국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계속 잇따르고 있다. 전남 무안에서 파산 신고 후 가출했던 40대가 3개월여 만에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9일 전남 순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7분께 해룡면 야산 중턱에서 김모(48)씨로 추정되는 시신 1구가 발견됐다.

시신은 심하게 부패해 있었으나 산 아래쪽에서 김씨의 승용차와 신분증 등이 발견됐다.

경찰은 전날 낮 12시 26분께 순천시 해룡면 야산에서 보름가량 차량이 주차돼 있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일대를 수색 중이었다. 해당 차량은 문이 열려 있고 열쇠도 꽂혀 있었다.

경찰은 지난 6월 17일 무안에서 가출 신고가 접수된 김씨의 승용차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과 의용소방대원 등 80여명을 동원해 이틀째 수색하다가 시신을 발견했다.

김씨는 농자재 배달 사업을 했으나 채무가 늘면서 파산 신청을 하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 6월 13일 오후 가족에게 “떠나고 싶다”는 말을 남긴 뒤 나간 후로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사업 실패로 파산 신고를 하면서 심적 고통을 토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가 집을 나간 후 가족들은 그의 행방을 수소문했으나 석 달 넘게 찾을 수 없었다가 전날에야 순천 야산 인근에서 마을 이장의 신고로 찾을 수가 있었다. 그러나 김씨는 이미 세상을 등진 후였다.

신고한 마을 이장은 차량이 보름째 세워져 있고, 키가 꽂혀 있어 신고하게 됐다고 전해지고 있다. 경찰은 현재 시신 수습 작업 중이며, 시신의 부패 정도가 심해 사망일을 9월 초로 예상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시신의 정확한 신원과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유전자(DNA) 검사 등을 의뢰할 방침이다.

한편 최근 전남 여수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던 자영업자와 서울 마포에서 맥줏집을 운영하던 50대 자영업자와 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영난과 생활고를 도저히 이기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에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대위)는 지난 16일 서울 국회의사당역 앞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자대위와 소상공인연합회 등과 대부분 자영업자들은 속히 인원과 시간을 한정하는 인원제한을 폐지하고 손실보상을 촉구하고 있으나 문재인 정부는 현재의 강화된 거리두기 4단계(비수도권 3단계)를 10월 초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방역을 완화하는 ‘위드 코로나’도 10월 말 이후로 고려하고 있다.

정부가 백신을 제때 보급하지 못하면서 확산세에 따른 거리두기를 강화할 수밖에 없어 자영업자들의 큰 손실을 가져다줬다는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손실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국민지원금(소득하위 88%에 지급)에만 더 신경을 쓰면서 자영업자들을 극심한 경영난에 빠지게 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자대위에 따르면 정부의 방역지침과 영업제한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들이 올해에만 22명에 달한다. 이들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외침이 도움 요청이 아니라 생존 요청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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