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 연휴 둘째 날인 19일 서울역 승강장에서 귀성객들이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9.19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추석 연휴 둘째 날인 19일 서울역 승강장에서 귀성객들이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9.19

귀성, 예년보다 적지만 지난해보단 많아

시민 “백신 인센티브 아니었으면 못 갈뻔”

가고 싶지만 코로나 옮길까 못가는 시민도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윤혜나 인턴기자] “코로나 사태가 터진 이후 할아버지, 할머니를 2년 동안 못 뵀는데 백신 인센티브 덕분에 뵙게 될 것을 생각하니 너무 들뜨고 좋아요.”

지난주부터 이번주까지 1주일간 거리두기 4단계 지역에서도 접종 완료자를 포함해 최대 8명까지 가족 모임이 허용된 가운데 19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기차를 기다리던 최지승(17)군이 이같이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2000명 안팎으로 발생하면서 방역 위기감이 감돌아 올해 추석 연휴에도 귀성객이 코로나19 발생 전보다 16%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백신 1차 접종률이 70%를 넘어서고 백신 인센티브 적용으로 최대 8명까지 가족모임이 허용되는 상황에서 이번 추석 연휴 귀성객들은 지난해 추석보다는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추석 연휴 이튿날인 이날 서울역과 고속버스 터미널역에서는 예년보다는 적었지만 고향을 찾으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한 손에는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끌고 금색이나 은색 보자기로 싼 선물꾸러미를 들고 가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인 최군은 혼자서 할아버지 집인 부산을 방문하기 위해 서울역을 찾았다. 대가족이라 친척들과 부모님, 동생까지 가게 되면 최대 모일 수 있는 인원인 8명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그는 “그나마 할아버지·할머니, 삼촌들이 백신 접종을 맞아서 이번에 갈 수 있게 됐다”면서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날은 4인까지 모일 수 있어 방문하지 못했다. 백신 인센티브가 아니었으면 이번에도 못 갈 뻔했다”고 안도했다.

그러면서 “혼자 부산에 내려가면 할아버지가 2년 만에 저를 보는 것이고 ‘혼자서도 잘 찾아왔다’며 ‘기특하다’고 용돈도 주실 것 같아 기대가 된다”면서도 “아직도 확산세가 거세기 때문에 예년처럼 관광지나 맛있는 것 먹으러 가진 못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부모님은 할아버지 집을 방문하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1~2달 뒤에 따로 동생이랑 찾아뵐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 번 모여서 불안한 것보다 안 모이는 것이 낫죠. 우리 가족들은 방역 가족이에요.”

대전에 살고 있는 둘째 아들네로 가려고 열차를 기다리던 김민정(가명, 64)씨는 코로나19로 인해 2년 동안 자녀와 손자들을 못 봤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직도 불안하지만 그나마 백신 접종으로 인해 이번에 모이기로 했다”며 “지난해 추석의 경우 ‘추모예배도 아들네 보고 하라’고 하고 우린 영상통화로 참여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남편은 기저질환이 있는 데다 백신까지 접종 받지 못해 왕따가 됐다”며 “몸이 아파서 혼자 적적하게 집에 있는데 얘들이 데리러 온대도 싫다고 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천지일보=윤혜나 인턴기자] 추석 연휴 이틀째인 19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민들이 귀성길에 나서고 있다.ⓒ천지일보 2021.9.19
[천지일보=윤혜나 인턴기자] 추석 연휴 이틀째인 19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시민들이 귀성길에 나서고 있다.ⓒ천지일보 2021.9.19

고속버스 터미널에선 귀성객들이 혹여라도 버스를 놓칠세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시간을 확인하고 대기실에서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 기웃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긴 시간 이동하는 탓에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잠을 청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서울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아버지의 생신 겸 명절을 맞아 4시간이 넘게 차를 타고 창원으로 향하는 권기성(23, 남)씨를 만났다.

그는 “원래는 연휴 때마다 부모님 뵈러 갔는데 코로나 이후 위험하다 보니 자주 못 가서 죄송하다”며 “이번에는 부모님이 백신 2차까지 접종하셔서 조금은 안심하고 다녀오려 한다”고 말했다.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버스를 기다리던 이재호(가명, 47, 남)씨는 “코로나 때문에 조심스러워 1년 반 동안 부모님을 뵙지 못하다가 이번에 간다”며 아들을 보고 ‘많이 컸다’하실 모습을 생각하니 즐겁다“고 했다.

그의 아들 이진우(가명)군은 “오랜만에 할머니 할아버지를 뵐 생각을 하니 설렌다”고 말했다.

오수정(42, 여)씨는 아이들 3명을 데리고 친정에 가고 있었다. 그는 “자주 못 가니까 부모님께 죄송하다. 그래도 오랜만에 뵈려니 반갑고 아이들을 보여드릴 생각에 기분이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노원구에 거주하는 김정수(가명, 23, 남)씨는 “집에서 나온 지 오래됐지만 갈 때마다 좋다”며 “집에서 편하게 쉬다 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반면 가족들을 보고 싶으나 가지 못하는 이도 있었다.

조수민(23, 여)씨는 “코로나를 혹시나 옮기게 될까봐 걱정이 돼 가기가 조심스럽다”며 “부모님께서도 (코로나 때문에) 오지 말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추석 연휴 이틀째인 19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고속버스를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9.19
추석 연휴 이틀째인 19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고속버스를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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