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천지일보
법원. ⓒ천지일보

[천지일보=홍수영 기자] 서울 봉은사가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받지 못한 강남땅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으로 약 487억원을 배상받게 됐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부장판사 이원석)는 봉은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487억 1392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봉은사는 농지개혁법에 따라 사찰이 보유한 서울 강남구 소재 총 748평을 국가에 팔았다. 농지개혁법 시행 당시에는 경기도 광주군 소재 토지들이었다. 1949년 6월 제정된 농지개혁법은 소유자가 직접 경작하지 않는 농지를 정부가 유상 취득해 농민에게 분배하고 농민은 정부에 농산물로 상환했다.

이후 농지개혁사업 과정에서 봉은사가 국가에 매수당한 땅 중 748여평은 분배가 이뤄지지 않았고, 1959년과 1970년 사이 봉은사 명의로 다시 소유권보존등기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봉은사는 지주보상을 받기 위해 지난 1952년 관할관청에 지주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1971년 당시 서울 성동구청 소속 공무원 백모씨와 김모씨는 농지소표, 상환대장을 허위로 작성하는 등 방법으로 분배나 상환이 완료된 것처럼 서류를 꾸며 봉은사 땅을 조모씨 등에게 소유권 이전등기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1978년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봉은사는 해당 땅에 대한 최종 소유명의자들을 상대로 소유권 이전 등기절차 이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등기부 취득시효가 완성돼 1심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이에 국가를 상대로 695억 913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변론 과정에서 정부 측은 이번 소송 대상인 토지들이 원래 봉은사 소유가 아니었을 가능성과 손해배상을 청구할 기간이 지났다는 점을 밝혔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번 소송 대상인 토지들이 국가에 팔리기 전 봉은사의 소유가 맞다고 봤다. 또 국가 소속 공무원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봉은사가 손해를 입은 것 역시 인정된다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토지는 원소유자인 원고(봉은사)에게 환원됐다고 봐야 하지만, 피고(국가) 소속 공무원들이 분배·상환이 완료된 것처럼 가장하는 방법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는 선행판결(등기말소 소송)이 확정돼 소유권을 종국적으로 상실했다. 피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소속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며 국가 측의 소멸시효 항변은 배척했다.

다만 봉은사가 소유권이 환원된 것을 확인하지 않는 등 권리를 보전할 기회를 상실했던 점, 국가가 아무런 이득을 얻지 않은 점, 이미 받은 보상금을 반환하지 않게 되는 점 등을 고려해 국가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앞서 지난 2017년 8월 봉은사는 삼성동 땅 240여평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2018년 4월 80억원의 승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소송의 대상이 된 토지는 현재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삼성동의 땅 총 748평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